
1. 첫 교육생을 가르친 날의 기록
강사 자격증을 받고 나서 첫 교육생을 만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첫 교육생 앞에 섰을 때의 그 느낌은
강사 시험장에서 IE 앞에 섰을 때와는 전혀 다른 무게감이었다.
시험에서는 평가받는 나만 생각하면 됐다.
하지만 첫 교육생 앞에서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다이빙이라는 세계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라는 것이 먼저 느껴졌다.
그 사람에게 이 경험이 어떻게 기억될지가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 머릿속을 스쳤다.
첫 교육생은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영도 잘 못한다고 했고,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 등록했다고 했다.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걱정이 앞섰다.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혹시 무서운 경험이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를 착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나씩 설명하고, 직접 해보게 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수영장에 들어서자 교육생의 눈빛이 살짝 굳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스킬 교육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오늘은 물이 어떤 느낌인지 익히는 것만 해도 충분해요."
그 한마디에 교육생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수면에서 호흡하는 것부터, 얼굴을 물에 넣는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했다.
첫날 계획했던 스킬을 절반도 못 마쳤지만,
교육생이 수면에서 레귤레이터로 편안하게 호흡하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라고 말하는 순간이 그날의 전부였다.
첫 교육생을 가르친 날, 나는 강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비로소 이해했다.
2. 교육 중 예상치 못한 상황과 대처한 경험
강사 생활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 없는 상황이 반드시 찾아온다.
아무리 철저하게 브리핑을 하고,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를 해도
바다는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결국 강사를 진짜 강사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개방수역 교육 중 교육생이 수중에서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수면으로 급상승하려는 상황이 생겼다.
조류가 약간 있는 날이었고, 시야도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교육생이 공황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교육생을 잡으려 하면 오히려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먼저 교육생의 시선을 잡아야 했다.
나는 빠르게 교육생의 정면으로 이동해 눈을 맞추고,
오른손 엄지를 들어 올리는 신호와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같이 올라가자"는 의미였다.
교육생의 BC에 공기를 주입하며 함께 천천히 상승했다.
수면에 올라온 뒤 교육생은 마스크를 잃어버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내 마스크를 벗어 교육생 얼굴 근처 수면에 올려두고
"숨 고르세요, 천천히"라는 말을 반복했다.
5분쯤 지나자 교육생이 안정됐다.
그날 교육은 거기서 마쳤다.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경험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두 가지였다.
강사는 계획보다 상황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교육을 멈추는 판단도 교육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3. 교육생이 합격했을 때 강사로서 느낀 감정
오픈워터 교육생이 개방수역 4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내가 강사로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다이빙을 마친 교육생은 대부분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해냈다는 듯한, 동시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그 표정.
마스크를 올리고 나를 바라보며 "다 됐어요?"라고 묻는 눈빛.
"네, 다 됐어요. 이제 오픈워터 다이버예요."
그 말을 건네는 순간의 감정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뿌듯함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기쁨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먹먹하다.
처음 수영장에서 마스크 물 빼기를 무서워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던 사람이,
이제 바닷속 6미터 아래서 혼자 호버링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 변화의 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나라는 것이
가슴 어딘가를 따뜻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
합격 소식을 전할 때마다 교육생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그냥 크게 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 반응들 하나하나가 내가 강사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성적표도 없고, 화려한 무대도 없지만,
바닷속에서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교육생이 합격하는 순간마다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