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이 나에게 준 심리적 안정감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오래 고민하고, 잠들기 전까지 그날의 일들을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내가 다이빙을 만나고 나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생각이 멈춘다.
정확히는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다.
수중에서는 지금 내 호흡이 고른지, 부력이 잘 잡혀 있는지,
버디는 어디 있는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 위의 모든 걱정과 고민이 입수하는 순간
물 위에 그대로 두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 감각이 낯설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존재하는 상태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수중에서 보내는 40~50분이 육지에서의 몇 시간보다
훨씬 깊은 휴식이 된다는 것을 반복된 다이빙을 통해 알게 됐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플로우(Flow) 상태라고 부른다.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 감각을 잃고,
자의식이 사라지는 상태. 다이빙은 나에게 그 상태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활동이 됐다.
강사가 된 이후에는 교육생을 관찰하는 집중이 더해지면서
수중에서의 몰입이 더 깊어졌다.
하루 교육을 마치고 물 밖에 나오면 머리가 맑고
몸이 적당히 지쳐 있어서, 그날 밤은 깊이 잘 수 있었다.
다이빙이 내게 준 가장 실용적인 선물은 어쩌면 숙면이었는지도 모른다.
2.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에 대하여
다이빙을 배우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처음엔 두렵다고 말한다.
물이 무섭다, 깊이가 무섭다, 장비가 낯설다, 숨을 못 쉬면 어떡하냐.
그 두려움들은 각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 낯선 환경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다.
그 두려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더 안전한 다이버가 된다.
방심하지 않고, 장비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가 두려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교육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두려운 게 당연해요. 그게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문제는 두려움이 패닉으로 발전할 때다.
수중에서 패닉은 가장 위험한 상태다.
이성적인 판단이 사라지고 본능만 남아서 무조건 올라가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생긴다.
패닉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이 패닉이 되기 전에
천천히 호흡을 고르는 것임을 반복해서 가르쳤다.
강사로서 교육생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두려움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다이빙이 가르쳐 주는 두려움 극복의 방식이고,
물 밖의 삶에서도 유효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려움 너머에 바닷속의 고요함이 있다는 것,
그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그 경험이 한 번 쌓이면, 다음 두려움 앞에서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것도.
3. 다이빙을 하면 안 되는 상황들
다이빙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만,
아무 때나, 어떤 상태에서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강사로서 교육생에게 이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스킬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순간이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신체 건강 상태다.
귀나 코에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퀄라이징이 불가능하거나
염증이 악화될 수 있어 절대 입수해서는 안 된다.
감기나 비염으로 코가 막혀 있는 날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이퀄라이징을 시도하다 고막이 손상되는 사고가
실제로 적지 않게 발생한다.
천식, 심장 질환, 간질,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소견서를 받고 다이빙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규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교육생 등록 시 의료 서식을 작성하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주 후 다이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알코올은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저체온증 위험을 높이며,
수압 변화에 대한 신체 반응을 둔하게 만든다.
"어젯밤에 한잔했는데 괜찮겠죠?"라고 묻는 교육생에게
나는 항상 분명하게 말한다. 괜찮지 않다고.
피로가 극도로 쌓인 날도 입수를 피해야 한다.
수중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실수가 생기고,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거리는 생각보다 짧다.
강사로서 스스로도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오늘은 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강사의 자기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빙 후에는 비행기 탑승을 18~24시간 이후로 미뤄야 하고,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 규칙들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체내 질소 배출이 완료되기 전에 기압이 급격히 낮아지면
감압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안전 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