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다 사려고 하지 마라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자격증을 따자마자 장비 풀 세트를 구매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고, 다이빙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마스크, 핀, 슈트, BCD, 레귤레이터, 컴퓨터까지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잠깐, 정말로 지금 그게 다 필요할까.
다이빙 장비 풀 세트를 새것으로 구매하면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 이상이 훌쩍 넘어간다.
문제는 처음 몇 번의 다이빙으로는 내가 어떤 다이빙 스타일인지, 어떤 환경에서 주로 다이빙을 할 것인지조차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뜻한 열대 바다에서만 다이빙할 사람과, 국내 냉수 다이빙까지 즐기려는 사람이 필요한 슈트의 두께부터 완전히 다르다.
보트 다이빙 위주인지, 쇼어 다이빙 위주인지에 따라 장비의 선택 기준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센터에서 장비를 렌탈하면서 다이빙 횟수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렌탈 장비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장비가 불편하고 어느 장비가 잘 맞는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이 쌓인 뒤에 구매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장비는 도망가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 산 장비는 창고에서 먼지만 쌓인다.
그렇다면 처음엔 뭐부터 사야 할까
렌탈 장비를 쓰다 보면 가장 먼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마스크와 핀이다.
마스크는 얼굴형에 따라 밀착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렌탈 마스크는 물이 새거나 압박이 심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얼굴에 딱 맞는 마스크 하나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 수중에서의 쾌적함을 가장 크게 높여주는 첫 번째 투자다.
핀도 마찬가지다.
발 크기와 핀킥 스타일에 따라 맞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핀을 갖추면 체력 소모를 줄이고 유영 효율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슈트도 비교적 초반에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장비다.
위생적인 이유도 있지만, 체형에 맞게 제작하거나 선택한 슈트는 보온성과 움직임의 자유도가 렌탈 슈트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난다.
반면 BCD, 레귤레이터, 다이빙 컴퓨터는 조금 더 경험을 쌓은 뒤에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이 장비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 차이도 크며, 자신의 다이빙 스타일이 어느 정도 굳어진 뒤에야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마스크 → 핀 → 슈트 순서로 하나씩 늘려가며 천천히 장비를 갖춰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순서다.
급하게 모든 것을 갖추려 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결정하지 마라
다이빙 장비 시장은 브랜드도 많고 제품도 넘쳐나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정보의 홍수처럼 느껴진다.
인터넷 후기만 믿고 구매했다가 막상 써보니 자신의 다이빙 환경과 맞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장비를 처음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다니는 다이브 센터의 강사나 다이브마스터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자.
센터 강사들은 수많은 학생들의 장비 선택 과정을 지켜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체형, 다이빙 스타일, 활동 지역에 맞는 장비를 가장 현실적으로 추천해 줄 수 있다.
또한 함께 다이빙을 즐기는 주변 다이버들의 조언도 매우 소중하다.
같은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해온 사람들은 그 환경에서 실제로 어떤 장비가 잘 맞는지 몸으로 알고 있다.
장비를 직접 만져보고 착용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중고 장비 정보나 신뢰할 수 있는 구매처 추천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인터넷 최저가 쇼핑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한마디가 훨씬 가치 있다.
다이빙은 장비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과 바다가 중심이다.
좋은 장비보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언을 구하며 천천히 갖춰나가는 것이 오래도록 즐겁게 다이빙을 이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서두르지 말자.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