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D+1~D+2 : 도착 & 보홀 육지 투어 - 초콜릿 힐과 안경원숭이를 만나다 ]
보홀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세부 막탄 공항에서 보홀 타그빌라란(Tagbilaran) 공항으로 국내선을 타거나, 세부 항구에서 쾌속 페리를 이용해 약 2시간 만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페리는 오션제트(OceanJet)나 슈퍼캣(SuperCat)이 수시로 운항하며, 가격도 저렴하고 바다 풍경을 즐기며 이동할 수 있어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보홀에 도착하면 알로나 비치(Alona Beach)나 팡글라오 섬(Panglao Island)의 숙소에짐을 풀고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하자.
첫날 오후와 둘째 날은 보홀의 육지 명소들을 집중 공략하는 날이다.
보홀 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로 '초콜릿 힐(Chocolate Hills)'이다.
크고 작은 언덕 1,268개가 광활하게 펼쳐진 이 지형은 건기에 풀이 말라 초콜릿처럼 갈색으로 물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망대에 올라 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새벽이나 이른 오전에 방문하면 운무가 걷히는 순간의 장관을 볼 수 있어 더욱 추천한다.
초콜릿 힐 관람 후에는 '안경원숭이 보호구역(Tarsier Sanctuary)'을 빼놓을 수 없다.
타르시어(Tarsier)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하나로, 몸통은 손바닥만 하지만 눈은 머리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크고
동그랗다.
이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는 보홀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 보호구역 안에서 조용히 관찰하는 방식으로만 만날 수 있다.
손대거나 플래시를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하자.조용히 나무 위에서 커다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타르시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이 밖에도 로복강(Loboc River)에서 즐기는 리버 크루즈는 울창한 정글 사이를 유유히 떠내려가며 현지 음식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객이나 커플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 2. D+3~D+4 : 바다로 - 알로나 비치와 세계급 다이빙 포인트 공략 ]
보홀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다다.
팡글라오 섬의 알로나 비치는 세계 다이버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변 자체도 아름답지만, 해변에서 불과 수십 미터만 수영해 들어가면 믿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고 풍요로운 수중 세계가
펼쳐진다.
3일차에는 알로나 비치 인근 다이브샵에서 보트 다이빙을 신청하자.
가장 유명한 포인트 중 하나인 '발리카삭 섬(Balicasag Island)'은 보홀 다이빙의 꽃이라 불린다.
섬 전체가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산호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특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월(Wall) 지형은 세부 모알보알 못지않은 스케일을 자랑한다.
검은 조류가 흐르는 구역에서는 수백 마리의 잭 피시(Jack Fish) 떼가 은빛으로 소용돌이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 압도적인 군집의 움직임 앞에 서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이 한가롭게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다양한 너스 샤크(Nurse Shark)도 모래 위에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이빙 경험이 없더라도 스노클링만으로 이 모든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말자.
4일차에는 '카빌라오 섬(Cabilao Island)' 다이빙을 추천한다.
알로나 비치에서 보트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섬은 아직 덜 알려진 숨겨진 보석 같은 포인트다.
수중 지형이 복잡하고 다양해 중급 이상 다이버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귀상어(Hammerhead Shark)가 출몰하는 것으로도 유명해, 운이 따른다면 생애 첫 귀상어 목격이라는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이빙 후에는 알로나 비치로 돌아와 해변 바에서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에 발을 묻은 채 즐기는 해 질 녘 한 잔이 이 여행의 백미가 될 것이다.
오렌지빛 하늘이 잔잔한 바다 위로 반사되는 그 풍경은,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뷰도 따라올 수 없다.
[ 3. D+5 : 마지막 날 - 팡글라오의 느긋한 아침과 아쉬운 귀환 ]
마지막 날은 무리한 일정 없이 보홀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알로나 비치를 혼자 천천히 걸어보자.
전날 시끌벅적했던 해변이 이른 아침에는 놀랄 만큼 고요하다. 파도 소리와 새소리만이 들리는 그 시간에, 이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가만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 식사는 알로나 비치 해변 카페에서 현지식 '실로그(Silog)' 세트를 즐겨보자.
실로그는 마늘 볶음밥인 '시나강아그(Sinangag)'에 달걀 프라이와 고기 반찬이 곁들여지는 필리핀 대표 아침 메뉴다.
탭시로그(Tapsilog), 토치노실로그(Tocinosilog)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한화 2,000~3,000원 수준이라 부담이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에는 숙소 풀장에서 늘어지게 쉬거나, 마지막으로 스노클링을 한 번 더 즐겨도 좋다.
이 짧은 자유시간이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될 것이다.
기념품은 타그빌라란 시내의 재래시장이나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하자.
보홀의 대표 기념품은 농산물을 가공한 '카이막(Kaymak)' 코코넛 잼, 카시아바(Cassava) 케이크, 그리고 말린 망고와 각종 열대과일 건과일 세트 등이 있다.
독특한 기념품을 원한다면 타르시어 캐릭터 인형이나 초콜릿 힐 모형도 눈에 띈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밖에 펼쳐지는 보홀의 드넓은 논과 야자수 풍경을 눈에 담아두자.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 힘든 순간마다 떠오르는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보홀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이 섬에서 4박 5일은 짧으면서도 충분하다.
한 번 다녀오면 반드시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 그것이 보홀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