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기억에 남는 교육생 에피소드
강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교육생을 만났다.
그중에는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들이 있다.
스킬이 특별히 뛰어났던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람과의 교육이 내 마음 어딘가에 자국을 남긴 경우다.
한번은 60대 초반의 남성분이 교육생으로 찾아왔다.
자녀가 다이빙을 좋아하는데 함께하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됐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누구보다 성실했다.
스킬이 한 번에 되지 않아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매번 교육이 끝날 때마다 "오늘 뭘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개방수역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에서 마스크를 올리며
"아들이랑 같이 다이빙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또 한번은 신혼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으러 왔다.
남편분은 수중 적응이 빨랐지만, 아내분이 물을 많이 무서워했다.
남편분이 아내를 기다려주며 응원하는 모습이 교육 내내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 날 두 분이 함께 바닷속을 유영하는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꼈다.
교육생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요즘 자주 생각한다.
2. 처음엔 무서워하다가 달라진 교육생 이야기
다이빙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모두 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물이 무섭다고, 수영을 못한다고, 그냥 해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는
교육생들이 꽤 많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생은 입수 첫날 수영장에서
얼굴을 물에 넣는 것 자체를 못 하던 20대 여성분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수면에서 얼굴을 물에 넣는 연습을 하는데,
10초를 채 버티지 못하고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스킬 진도를 완전히 포기했다.
대신 수면에서 같이 누워 하늘을 보며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다이빙을 왜 배우고 싶었는지, 어떤 바다를 상상했는지.
그분은 제주도 바다 사진을 보고 언젠가 직접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방향을 바꿨다.
스킬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그 바다를 함께 꿈꾸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다음 날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면에서 호흡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개방수역 마지막 다이빙 날, 그분은 혼자 6미터 아래에서
모래 바닥을 바라보며 호버링을 하고 있었다.
수중에서 내가 OK 신호를 보내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는 것이 마스크 너머로 보였다.
무서움을 이겨낸 것은 내가 아니라 그분이었다.
나는 그 옆에 있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강사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그날 배웠다.
3. 다이빙으로 연결된 인연들
다이빙은 사람을 잇는다.
물속에서는 처음 만난 사이도 버디가 된다.
서로의 장비를 확인하고, 수신호로 소통하고,
같은 수중 풍경을 나란히 바라보는 경험은
짧은 시간 안에 특별한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수면에 올라온 뒤 "방금 그 문어 봤어요?"라며 나누는 대화가
어떤 긴 대화보다 빠르게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강사 생활을 하면서 교육생으로 처음 만났다가
이후에도 계속 인연이 이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자격증을 딴 후에도 세부에 다시 찾아와 펀 다이빙을 함께 하거나,
다음 과정을 배우러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수중에서 처음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
강사로서의 보람이 교육 현장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동료 강사들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바다를 일터로 삼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연대감은
어느 직업과도 다른 느낌이다. 서로의 교육 방식을 보며 배우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나누고, 좋은 포인트 정보를 공유하는 그 관계들이
세부에서의 강사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다이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바다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하나의 공통점이 국적도, 나이도, 배경도 다른 사람들을
같은 수면 위에 나란히 세운다.
그 장면이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