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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0일 수중 조각 꼰띠끼 다이빙 일지

by dkdiver 2026. 4. 16.


 콘티키 월 다이빙

 


마리곤돈 케이브에서의 1탐을 마치고 이어진 2탐은 같은 막탄 인근의 콘티키 포인트였다. 콘티키는 수중 조각상들로 유명하지만, 그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이 포인트 외벽을 따라 이어지는 거대한 수직 암반, 즉 월(Wall)이다. 입수 후 하강을 시작하면 왼편으로 높고 가파른 암반 벽이 펼쳐지는데, 그 벽면을 따라 천천히 유영하다 보면 마치 바닷속 절벽 옆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암반 표면에는 각종 산호와 해면류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어, 단순한 돌벽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절벽 벽면을 배경으로 찍힌 사진 속 내 모습은 광활한 파란 바다를 뒤로하고 있어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빛이 달라지고, 위를 올려다보면 수면에서 내려오는 빛이 거품들과 함께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콘티키의 월은 조각상들을 만나러 가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다이빙 구역이었다. 조각 공원이라는 특별함에 가려지기 쉽지만, 이 웅장한 수직 암반을 따라 유영하는 경험만으로도 콘티키는 세부에서 손꼽힐 만한 포인트다.

 

 

수중 조각 정원



콘티키를 콘티키답게 만드는 건 단연 수중 조각상들이다. 암반 지대를 지나 산호초가 펼쳐진 얕은 구역으로 이동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래와 산호 위에 크고 작은 조각상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각 조각상마다 받침대에 이름이 새겨져 있어 마치 바닷속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황소 모양의 조각상이었다. 받침대에 선명하게 새겨진 **"TAURUS"** 글씨를 보는 순간, 이 조각상들이 별자리를 테마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황소자리 조각상은 실제 황소처럼 건장하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산호초 위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활과 화살을 든 큐피드 조각상, 두 인물이 나란히 서 있는 인물상, 기도하는 자세의 종교적 인물상, 그리고 장식적인 링 형태의 조형물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주제의 작품들이 넓은 구역에 걸쳐 배치되어 있었다. 수중에서 보는 조각상들은 세월의 흔적으로 표면에 이끼와 산호가 자라 오히려 더 신비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각 조각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했고, 다음엔 또 어떤 조각상이 나타날까 기대하며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탐험이었다.


파란 바다를 가르며


조각상들을 하나씩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파란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콘티키의 또 다른 매력은 조각 공원 구역을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오픈 워터 구간이다. 수면에서 내려오는 빛이 투명한 바닷물을 가득 채우고, 그 속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유영하는 순간은 다이빙을 하는 이유 그 자체를 느끼게 해준다.

위를 올려다보면 수면이 거울처럼 빛나고, 내 호흡에서 나온 기포들이 은빛 방울이 되어 수면을 향해 올라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멀리 산호초 지대가 펼쳐지고, 그 사이를 열대어 무리들이 바쁘게 오간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호흡 소리와 바다의 고요함만이 남는다. 콘티키는 볼거리 많은 포인트로 유명하지만, 결국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이 순간, 아무것도 없는 파란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던 그 고요하고 자유로운 감각이다. 1탐의 마리곤돈 케이브가 어둠과 신비였다면, 2탐의 콘티키는 빛과 자유였다. 하루에 두 가지 전혀 다른 바다를 경험한 2019년 10월 10일은, 세부 다이빙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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