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카보트를 타고 탈라미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오늘의 다이빙은 방카보트에서 시작됐다. 선명한 초록색 글씨로 **"SYMELL"** 이라고 적힌 필리핀 전통 목선 방카보트에 올라타 장비를 점검하는 순간부터 이미 설렘이 가득했다. 방카보트 위에서 다이버들이 BCD와 탱크를 착용하고 서로 장비 점검을 도와주는 모습은 어느 다이빙 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풍경 뒤로 펼쳐진 세부의 맑은 바다는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탈라미는 세부 막탄 인근에 위치한 다이빙 포인트로, 풍부한 산호 생태계와 다양한 해양 생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포인트에 도착해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물 색이 달랐다. 짙고 투명한 파란색이 마치 다이버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방카보트에서 뒤로 롤오버 입수를 하는 순간 찰랑이는 물소리와 함께 세부의 바다가 다시 한번 온몸을 감쌌다. 흐린 날씨였던 전날과 달리 오늘은 햇살이 가득해 수중 시야가 한결 밝고 선명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방카보트 위에서의 그 짧은 시간, 장비를 착용하고 입수를 기다리는 그 순간만으로도 탈라미는 이미 특별한 하루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배트피시
하강을 시작하고 산호초 위를 유영하던 중,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타났다. 바로 **배트피시(Batfish, 박쥐고기)** 였다. 손바닥보다 훨씬 크고 납작한 원반 모양의 몸체에 은빛 비늘이 반짝이는 배트피시 한 마리가 다이버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유유히 맴돌았다. 배트피시는 경계심이 거의 없어 다이버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 만난 녀석은 특히나 대담해서 카메라 앞에서도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옆에서 함께 다이빙하던 버디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마스크 너머로 서로 놀란 표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배트피시의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컸고, 지느러미의 우아한 움직임이 물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멀리서 열대어 무리를 구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배트피시는 한동안 다이버들 주변을 맴돌다 유유히 사라졌는데, 그 짧은 만남이 이날 다이빙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로 남았다. 탈라미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생물들과의 만남이 잦은 포인트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생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다이빙 내내 이어졌다.
탈라미의 산호 왕국
탈라미를 탈라미답게 만드는 건 단연 풍성하고 다양한 산호들이다. 이날 수중에서 마주한 산호들은 종류도, 형태도, 색깔도 제각각이었다. 암반 경사면을 가득 뒤덮은 **흰 연산호(Soft Coral)** 군락은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크림색에 가까운 하얀빛의 연산호가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수중 정원을 연상케 했다. 조류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연산호의 움직임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옆으로는 거대한 **테이블 산호(Table Coral)** 와 **플레이트 산호(Plate Coral)** 들이 넓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었다. 층층이 겹쳐 자란 테이블 산호들은 마치 바닷속에 쌓아 올린 납작한 돌탑 같았고, 그 사이사이를 작은 물고기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호 한 조각 한 조각에 작은 생명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양배추 잎처럼 주름진 **캐비지 산호(Cabbage Coral)** 도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촘촘한 구조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탈라미의 산호 지대는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이자 볼거리였다. 이 다양한 산호들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탈라미의 수중 풍경은, 세부를 다이빙 성지로 부르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