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수 전
교육을 마치고 처음으로 혼자서 다이빙을 하는 날. 아침부터 뭔가 달랐다. 교관이 옆에서 체크해 주던 것들을 이제는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BCD에 탱크를 연결하고, 레귤레이터를 조립하고, 공기를 열어 호흡을 확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느껴졌다.
장비를 다 세팅하고 나서도 한 번, 두 번, 세 번을 더 확인했다. 버디가 없으니 내가 놓치면 그걸 잡아줄 사람이 없다. BCD 팽창은 잘 되는지, 웨이트는 적당한지, 마스크 줄은 제대로 조여져 있는지. 교관한테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BWRAF 체크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며 꼼꼼히 확인했다. 제이파크 앞바다는 잔잔하고 수심도 얕아서 입문 다이빙 장소로 유명하지만, 처음 혼자 선다는 건 그 어떤 포인트에서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 입수 전 해변에 앉아 수면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준비는 됐다. 이제 들어가면 된다.
입수 후
발끝이 물에 닿는 순간부터 몸이 달라진다. 육지에서의 무거운 장비가 물속에서는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고,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면서 오직 내 호흡 소리만이 리듬처럼 귓가를 채운다. 천천히 공기를 빼며 하강을 시작했다. 교육 때와 달리 교관의 신호를 기다릴 필요 없이, 내 페이스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제이파크 앞바다는 수심이 깊지 않아 빛이 풍부하게 내려와 수중이 밝고 화사하다. 바닥 가까이 내려가니 산호들이 제각각의 색깔로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사이를 열대어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파란 줄무늬 돔, 색색깔의 앤젤피시, 무리 지어 헤엄치는 스내퍼들. 교육 때는 스킬 훈련에 바빠서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오로지 즐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산호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새우, 모래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는 성게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멈춰 떠 있으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이게 바로 펀다이빙이구나, 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다.
출수 후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BCD를 팽창시키고, 안전 정지 3분을 지키며 천천히 상승했다. 수면에 도달해 마스크를 벗어 올리는 순간, 이상하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입수부터 출수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처음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가슴 어딘가를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해변으로 걸어 나와 장비를 벗으면서 자연스럽게 되돌아봤다. 입수 전 몇 번씩 체크했던 장비, 수중에서 부력을 잡으려 집중했던 순간들, 혼자서 방향을 잡아가며 포인트를 둘러봤던 시간들. 교관 없이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 됐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부력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고, 방향 전환이 어색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오늘은 그냥 시작이다.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마친 뒤 처음으로 바다 앞에 혼자 섰던 이 날이, 앞으로 수백 번의 다이빙 중에서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부의 파란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나는 이제 그 안으로 언제든 혼자서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