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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일 다이빙 일지

by dkdiver 2026. 4. 27.

입수 전,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챙기다


10월의 세부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파랬다.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 아래, 바다는 이미 입수 전부터 심상치 않게 투명했다.
오늘 다이브는 박병준과 강병철, 둘이서 함께하는 쇼어 다이빙이었다.
테크 다이빙 셋업으로 멀티 탱크를 등에 메고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부터 이미 긴장과 설렘이 뒤섞였다.
일반 레크리에이션 다이빙과는 달리 테크 장비는 착용만 해도 어깨가 묵직해지지만, 그만큼 더 깊고 더 오랜 시간을 수중에서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무게를 상쇄시켜 준다.
서로의 장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수중 신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천천히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순간 묵직했던 장비의 무게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것이 바다가 주는 가장 첫 번째 선물이다.
수면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중을 내려다봤다.
하얀 모래 바닥이 수면 너머로 어렴풋이 보였고, 그 너머로 펼쳐질 세계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함께하는 버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다이브는 이미 특별했다.
둘이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강 신호를 주고받았다.
공기를 빼고 천천히 수면 아래로 몸을 가라앉히는 그 순간, 세상의 소음이 일순간 사라졌다.


 수중에서 만난 것들 — 블루 프로그피시와 붉은 부채산호 


오늘 다이브의 주인공은 단연 블루 프로그피시, 파란 개구리고기였다.
산호 벽 틈 사이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녀석은 처음에는 그냥 파란 해면 스펀지처럼 보여 지나칠 뻔했다.
수중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제야 두 눈과 두툼한 입, 그리고 오돌토돌한 질감의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짙은 파란색으로 덮인 이 개구리고기는 놀라울 만큼 완벽하게 주변 산호 환경에 녹아들어 있었다.
프로그피시는 워낙 보기 드문 생물인 데다 이 정도 크기에 이 색상이라면 정말 특별한 개체였다.
움직임 하나 없이 완전히 정지한 채 카메라를 향해 응시하는 듯한 눈빛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자연이 이토록 정교한 위장술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수중에서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블루 프로그피시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거대한 붉은 부채산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짙은 자홍색 가지들이 사방으로 촘촘하게 뻗어 있는 부채산호는 수중 예술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산호 가지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작은 물고기가 교묘하게 숨어 있었고, 그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리프 월을 따라 유영하는 동안 형형색색의 산호군락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를 열대어들이 바쁘게 오가며 수중을 가득 채웠다.
깊은 블루 워터를 배경으로 리프 엣지에 몸을 띄운 채 떠 있을 때, 그 광활함과 고요함이 동시에 온몸을 감쌌다.
수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무중력의 자유로움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상승 그리고 수면 위, 둘이라서 더 좋았던 다이브


충분히 수중을 즐긴 뒤 천천히 상승을 시작했다.
안전 정지를 진행하는 동안 수면에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아래서 위로 퍼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 핀을 천천히 움직이며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버디의 실루엣이 파란 수중을 배경으로 한 편의 그림처럼 보였다.
안전 정지 3분을 마치고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미는 순간, 따뜻한 햇살이 마스크 위로 쏟아졌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함께 지상의 공기가 폐 속으로 가득 들어찼다.
수면 위로 올라와 버디와 눈을 맞추며 마스크를 올리는 그 순간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말로 표현하기 전에 이미 서로가 오늘 얼마나 좋은 다이브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둘이서 함께했기에 더욱 풍요로운 다이브였다.
혼자였다면 블루 프로그피시를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서로 수중 신호로 눈에 띄는 것들을 알려주고, 함께 같은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 소통이 다이빙을 몇 배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버디 다이빙의 진짜 묘미는 단순히 안전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같은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에 있다는 걸 오늘 다시 한번 실감했다.
파란 개구리고기, 붉은 부채산호, 광활한 블루 워터, 그리고 함께한 버디까지, 오늘 세부 바다는 완벽했다.
이런 날이 있어서 다이빙을 계속하게 된다.
다음 입수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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