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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4일 다이빙 일지

by dkdiver 2026. 5. 1.


넷이서 함께, 세부 바다로 뛰어들다


오늘은 달랐다.
박병준, 강병철 둘만의 다이브가 아니라 손성식, 이한슬까지 넷이 함께하는 그룹 다이브였다.
수면 위에서 바라본 세부의 바다는 오늘도 어김없이 눈부셨다.
수평선 너머로는 세부 시티의 빌딩들이 아스라이 보이고, 그 위로 거대한 뭉게구름이 하늘 절반을 채우고 있었다.
열대 특유의 그 하늘은 볼 때마다 새롭다.
손성식과 이한슬은 다이빙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다이버였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 두 사람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처음 몇 번의 다이빙에서 느끼는 그 감정은 경험이 쌓인 다이버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입수 전 브리핑을 꼼꼼히 진행하고, 수중 신호와 비상 절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초보 다이버가 함께하는 날에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모두가 편안하게 수중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강 속도를 맞춰갔다.
수면 위에서 바라보던 그 파란 바다가 수중에서 펼쳐지는 순간, 넷 모두의 눈이 동시에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각자가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모두 달랐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초보 다이버와 함께한 수중 세계 — 같이 보니 더 새롭다 


경험 많은 다이버와 초보 다이버가 함께 물속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
익숙해져서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 초보자의 눈을 통해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한슬은 산호 사이에서 하늘하늘 흔들리는 흰 말미잘을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 옆에서 노란 줄무늬 클라운피시가 말미잘 속을 들락날락하는 장면은, 사실 몇 번이나 봐온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한슬의 반응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이 다시 특별하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분명 다르다.
손성식은 부력 잡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수중에서 몸이 이리저리 기울었다.
발이 모래 바닥을 살짝 건드리기도 하고, 핀킥 조절이 되지 않아 뒤로 밀리기도 했다.
그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겨웠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랬다.
옆에서 천천히 BCD 조작법을 알려주고, 호흡을 이용해 부력을 조절하는 방법을 수중 신호로 전달했다.
말 한마디 없이 눈빛과 손짓만으로 소통하는 수중의 언어가 이럴 때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초보자와 함께하는 다이브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만큼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첫 번째 감동의 순간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베테랑 다이버가 초보자와 함께 물에 들어가야 하는 가장 좋은 이유다.


 검은 물고기 떼에 둘러싸이던 그 순간 


그 장면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흰 모래 바닥을 따라 유영하던 중 어느 산호 바위 주변에 검은 물고기 떼가 빼곡하게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자 물고기들이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다이버들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넷은 수십 마리의 검은 물고기들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였다.
물고기들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가고, 핀 옆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며, 마치 우리를 오래된 친구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손성식과 이한슬은 그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
놀람인지 감동인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이 마스크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수중 신호로 '괜찮아?'를 보냈더니 두 사람 모두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순간이 두 사람에게 평생 기억될 다이빙 장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걸 나는 그 자리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물고기 떼와 함께했던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수면 위로 올라와 마스크를 올리며 넷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필요 없었다.
초보 다이버와 함께하는 다이브는 때로 경험 많은 다이버에게도 바다를 처음 만났던 그 설렘을 다시 돌려준다.
오늘 세부 바다는 넷 모두에게 각자만의 선물을 하나씩 안겨주었다.
다음에도 꼭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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