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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9 마지막 날 다이빙

by dkdiver 2026. 4. 25.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세부 바다로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며 살아야 했다.
다이빙도 그중 하나였다.
공항이 닫히고, 비행기가 멈추고, 바다로 가는 길이 통째로 사라졌다.
장비는 창고 한켠에 먼지를 쌓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나는 그저 언젠가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만 붙들고 있었다.
그 기다림이 2022년 6월, 드디어 끝이 났다.
세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의 그 설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공항에서부터 심장이 두근거렸고, 세부 공항에 내리는 순간 그 특유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온몸을 반갑게 감쌌다.
'아, 나 왔다.' 단순한 세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2년 넘는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이빙 보트에 올라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뛰었다.
태양은 아낌없이 내리쬐고, 바다는 말도 안 되게 파랬으며, 나는 그 배 위에서 나도 모르게 브이 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코로나가 빼앗아 갔던 것들이 이 순간 하나씩 천천히 돌아오는 것 같았다.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이번 여행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자리에, 이 바다 앞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코로나가 막아뒀던 2년이라는 시간이 이 파란 바다 앞에서 비로소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면 아래 펼쳐진 세상, 그 오래된 감각의 귀환


입수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지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공기 버블 소리만이 귀를 가득 채운다.
오랜만에 느끼는 부력 감각이 낯설고도 반가웠다.
몸이 물속에서 수평을 잡으려 애쓰는 그 순간, 잊고 있던 근육들이 하나씩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았다.
세부의 바다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수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시야가 활짝 열리며 거대한 산호초 군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흰 모래 바닥 위에는 크고 작은 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산호 위를 스치듯 우아하게 지나갔다.
코로나로 관광객이 뚝 끊긴 덕분인지, 바다는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산호의 색이 놀라울 만큼 선명했고, 물고기들도 겁을 먹지 않고 다이버 바로 옆까지 가까이 다가왔다.
수중 카메라 속에 담기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보물처럼 느껴졌다.
2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바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동안 오히려 더 풍요로워진 세부의 수중 세계는,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잠깐 쉬어간 것도 나쁘지 않았어'라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속에서 느끼는 그 고요함과 자유로움은,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느낌이 그리웠다는 걸, 물에 들어오고서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입수, 작별의 버블을 남기며


마지막 다이빙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냥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여행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새기기 위한 마지막 입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아침, 장비를 챙기는 손이 어딘가 느려졌다.
아직 바다를 더 만끽하고 싶은 마음과,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물속으로 내려가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 담으려 했다.
흰 모래 위에서 수직으로 서서 꼼지락꼼지락 떼를 지어 움직이던 특이한 물고기들,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짙고 투명한 푸른 빛의 그라데이션, 산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작은 물고기들, 그리고 내가 내쉰 기포들이 하나씩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작별 인사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안전 정지를 마치고 수면 위로 천천히 올라오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짭조름하고 따뜻한 바다 냄새가 콧속 깊이 파고들었다.
다음엔 언제 또 이 바다에 올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은 단순한 다이빙 여행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2년 넘게 억눌렸던 자유의 회복이었고,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였으며, 또 다음을 기약하는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었다.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남긴 버블들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부의 바다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다음 번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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