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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다이빙 일지 다이빙 일지 포인트 포인트 설명 느낀점

by dkdiver 2026. 7. 12.

1. 다이빙 포인트


오늘 다이빙은 어제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입수하자마자 느껴졌다.
물의 색이 파랗지 않았다.
초록빛이 섞인 탁한 수중, 시야가 훨씬 좁고
빛이 산란되어 멀리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얕고 조류가 잔잔한 내만 쪽 포인트였다.
그 덕분에 바닥 지형이 평평하게 이어지는 리프 환경이었고,
모래와 암초가 혼합된 지형 위로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입수 직후 시야에 들어온 것은 크고 어두운 구조물이었다.
형태로 보아 오래된 침선(沈船) 혹은 인공 구조물로 보였다.
그 위에 산호와 해조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주변으로 여러 다이버들이 그 구조물을 탐색하며 이동했다.

어제의 짙은 블루워터 월 다이빙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포인트였다.
거대한 경관 대신 작은 것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종류의 다이빙.
이런 포인트는 매크로 생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오늘 다이빙이 확인시켜 줬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오늘 포인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곰치였다.
한 마리도 아니었다. 몇 마리가 리프 바닥을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검은 바탕에 밝은 노란빛 물방울 무늬가 온몸에 새겨진
테셀레이트 곰치(Tessellate Moray)였다.
그 무늬가 너무 정교해서 처음엔 움직이는 것을
조각품으로 착각할 뻔했다.

곰치 여러 마리가 한 구역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흔한 장면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곰치들을 따라
시선이 분산될 만큼 풍성한 장면이었다.

그 다음은 바다뱀이었다.
바위 틈 아래에 검은색과 크림색 줄무늬가 선명한
바다 크레이트(Banded Sea Krait)가 몸을 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독이 있는 생물이지만 성격이 온순해서
건드리지 않으면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줄무늬가 가까이서 보이자 자연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게 됐다.

리프 바닥의 산호 사이를 천천히 살펴보다가
파란 누디브랜치를 발견했다.
흰 바탕에 검은 선이 들어간 아주 작은 몸체였지만
선명한 색 대비 덕분에 주변 산호들 사이에서
오히려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붉은 스펀지, 오렌지 연산호와 어우러진 그 장면은
수중 생태계가 색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모래 바닥으로 이동하니 해삼이 있었다.
몸을 둥글게 말아 모래 위에 놓인 해삼은
수중에서 종종 보이는 생물이지만
이런 자세로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형 상추산호(Turbinaria 산호)도 눈길을 끌었는데,
파도처럼 겹겹이 쌓인 판 형태의 산호가
혼자 모래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수중의 작은 조각품 같았다.

포인트 전체가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리프, 모래, 암초가 이어지며 각기 다른 생물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3. 느낀점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 다이빙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느끼게 된다.
어제는 시야가 열린 블루워터에서 수직 월을 따라 유영하며
거대한 스케일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다면,
오늘은 초록빛 좁은 시야 안에서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경험했다.

같은 필리핀 바다지만 포인트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수중이 펼쳐진다.
그것이 다이빙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곰치 여러 마리를 한 자리에서 본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몸에 새겨진 무늬의 정교함은
어떤 예술가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자연의 것이었다.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건드리지 않고 지나쳐서 다행이었다.

누디브랜치를 발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크기가 몇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생물인데,
그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거대한 고래상어를 봤을 때와 다른 종류지만
결코 작지 않았다.
작은 것을 알아보는 눈이 생길수록
수중이 더 풍부해진다는 것을 오늘 또 확인했다.

다이빙은 언제나 가르쳐 준다.
오늘은 이것을 배웠다.
시야가 나빠도 볼 것은 있다.
오히려 좁은 시야가 가까운 것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 집중이 작고 섬세한 것들을 보이게 한다.
어쩌면 오늘 같은 포인트가 눈을 더 키워주는 다이빙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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