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2023년 3월 18일 다이빙이었다.
Enjoy Cebu PADI IDC Resort 보트에 올라
장비를 세팅하면서 오늘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은 구름이 있었지만 바다는 잔잔했고,
오늘 다이빙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오늘의 포인트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 곳이었다.
수면 근처의 얕은 리프에서 시작해
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동굴 입구가 나타나는 구조였다.
벽에는 연산호와 레드 휩 코랄(Red Whip Coral)이 자라 있었고,
시야는 맑고 블루워터가 아름다운 전형적인 세부 스타일의 포인트.
하지만 이 포인트의 진짜 얼굴은 동굴이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병철에게 토치를 단단히 쥐도록 신호를 보내고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 다이빙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경험이다.
오늘 그 경험을 함께했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리프 월 위를 가로질러 뻗어 있는 레드 휩 코랄이었다.
붉은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뻗은 이 산호는
연산호와 스펀지들이 가득한 벽면 위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블루워터 배경에 붉은 선 하나가 그어진 것처럼
단순하지만 강렬한 장면이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세상이 달라졌다.
토치 불빛 하나가 전부인 그 어둠 속에서
거품 소리와 핀킥 소리만 들렸다.
동굴 천장에서 거품들이 모여 작은 은빛 웅덩이를 만드는 것이 보였고,
위를 올려다보면 동굴 출구 쪽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파란 빛이 길을 안내했다.
강병철이 토치를 앞으로 향하며 천천히 따라오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였다.
동굴을 빠져나와 수면 쪽으로 상승하던 중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수면 바로 아래에 정어리 떼가 있었다.
수백, 수천 마리가 아니었다.
수만 마리의 정어리가 수면 전체를 덮어
하나의 거대한 은빛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아 일제히 반짝이는
그 은빛 물결은 숨을 멎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강병철과 나란히 그 아래에 떠서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 장면을 바라봤다.
리프로 돌아와 천천히 이동하던 중
한 지점에서 발길이 멈췄다.
화려한 색의 산호와 스펀지들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스콜피온피쉬(Scorpionfish)였다.
붉은 스펀지, 분홍 산호, 갈색 암초의 색깔을
몸 전체로 완벽하게 흉내 낸 채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 강병철의 눈이 커지는 것이
마스크 너머로도 보였다.
3. 느낀점
오늘 다이빙은 강병철에게도, 나에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동굴 안에서 토치 하나에 의지해 이동할 때
강병철이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따라온 것이
강사로서 기분 좋게 느껴졌다.
동굴 다이빙은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다.
어둠 속에서 패닉하지 않는 것,
빛에 의지하되 빛에 종속되지 않는 것.
오늘 그것을 잘 해줬다.
정어리 토네이도를 만난 것은 예상 밖이었다.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 컸다.
수만 마리의 정어리가 만들어내는 은빛 지붕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그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다이빙을 오래 했어도 그 장면 앞에서는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압도된다.
스콜피온피쉬를 발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생물이다.
강병철이 그것을 본 순간 눈이 커진 것을 기억한다.
수중에서 무언가를 처음 발견하는 순간의 그 표정,
강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 하루 하나의 다이빙 안에 세 가지 세계가 있었다.
빛이 있는 리프, 빛이 없는 동굴, 빛으로 가득 찬 정어리 떼.
같은 바다인데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것이 다이빙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