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2023년 3월 19일.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날이었다.
오늘도 Sr. Stonino Emmanuel 방카 보트에 올랐다.
아웃리거가 달린 전통적인 방카 형태,
익숙한 엔진 소리와 함께 포인트를 향해 출발했다.
하늘은 구름과 파란 하늘이 섞여 있었고,
바다는 전날보다 조금 더 잔잔했다.
오늘 포인트는 모래 바닥과 암초가 혼합된 구조였다.
수직 월 대신 완만하게 경사진 리프 지형이 이어졌고,
중간중간 동굴처럼 파인 암반 사이를
빠져나가는 구간이 있었다.
좁은 바위 사이를 통과할 때
양쪽 벽에서 흘러드는 파란 빛이 인상적이었다.
강병철은 Aqua Lung Rover 3.0 BCD를 착용하고
파란 핀과 함께 입수했다.
어제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입수였고,
물속에서의 움직임도 전날보다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이 눈에 보였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오늘 포인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 지형의 다양함이었다.
흰 모래 바닥 위로 암초가 군데군데 솟아 있었고,
그 사이로 붉은 고르고니안 씨팬(Gorgonian Sea Fan)과
오렌지 빛 휩 코랄(Whip Coral)이 자라 있었다.
두 색이 어우러진 바닥 지형은
수중에서 보기 드문 따뜻한 색감을 만들어냈다.
바위 틈 사이를 통과하는 캐번 구간에서는
양쪽 암벽 사이로 블루워터가 길처럼 이어졌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다이버의 실루엣이
마치 수중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장이 낮고 좁은 구간이었지만
패닉 없이 차분하게 통과하는 강병철의 모습이
어제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오늘 다이빙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그루퍼였다.
처음에는 모래 바닥 가까이에
큼직한 물고기 한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대형 마블드 그루퍼였다.
짙은 갈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가득한 몸,
그 크기가 성인 팔뚝보다 훨씬 큰 물고기가
자리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더 가까이 접근하자 그루퍼는 입을 살짝 벌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위협의 표시라기보다는
자신의 구역에서 당당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자세였다.
그 눈이 흔들리지 않고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동안
나도 강병철도 움직임을 멈추고 그 시선을 받아냈다.
수중에서 동물과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다.
리프 바닥을 천천히 살펴보던 중
강병철이 한 지점을 가리켰다.
따라가 보니 바위 틈 사이로 눈만 내밀고 있는 게였다.
노란 눈자루 끝에 달린 검은 눈동자 두 개가
틈 사이로 또렷하게 보였다.
몸은 완전히 숨긴 채 눈만 내밀어
주변을 살피고 있는 그 모습이
작고 귀여운 생존 전략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발견한 것은 강병철이었다.
수중을 보는 눈이 빠르게 생기고 있다는 신호였다.
3. 느낀점
이틀 연속으로 같은 사람과 다이빙을 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어제의 강병철은 장비를 다루는 것에 집중했고
주변을 살필 여유가 많지 않았다.
오늘의 강병철은 달랐다.
캐번 구간을 통과할 때 패닉 없이 침착했고,
리프 바닥에서 게를 먼저 발견했다.
그 발견의 속도가 어제와 달랐다.
다이빙을 배우는 사람의 변화를 하루 단위로 보는 것이
강사로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기술이 익숙해지면 시야가 열린다.
시야가 열리면 수중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강병철이 오늘 그 변화를 보여줬다.
그루퍼와 눈을 마주친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물고기는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큰 눈으로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신의 구역에서 당당하게 버텼다.
수중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 시선이 조용히 말해줬다.
다이빙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바다는 들어갈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어제는 정어리 떼와 동굴이었고,
오늘은 그루퍼의 시선과 숨어있는 게였다.
같은 바다인데 매일 다른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이 다이빙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