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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1 다이빙 일지 포인트 포인트 설명 느낀점

by dkdiver 2026. 7. 14.

1. 다이빙 포인트


2023년 3월 21일 세 번째 날이었다.

출발 전부터 오늘이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고,
수면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났다.
멀리 육지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공기도 깨끗했다.
이런 날씨에 다이빙을 한다는 것이
이미 그 자체로 선물 같은 일이다.

오늘 포인트는 월(Wall)이 발달한 보트 다이빙 포인트였다.
하강하자마자 시야가 넓게 열리며
수직에 가까운 산호 벽이 나타났다.
벽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산호와 고르고니안 씨팬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었고,
블루워터 배경이 깊고 진해서
모든 생물의 색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강병철은 오늘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하강하면서 이미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사흘째 같은 사람과 다이빙을 하면서
이렇게 빠르게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오늘은 그에게 좋은 날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오늘 포인트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벽면에 자리 잡은 핑크 고르고니안 씨팬이었다.
연한 살구빛과 분홍빛이 섞인 그 색이
파란 수중 배경 위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지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뻗어 있고,
끝마다 작은 폴립들이 물살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그 앞에 멈췄을 때
강병철도 옆에 붙어서 함께 바라봤다.
수중에서 무언가에 완전히 집중하는 그 시간이
다이빙에서 가장 조용하고 충만한 순간이다.

조금 더 내려가자 이번에는 전혀 다른 고르고니안이 나타났다.
짙은 와인빛 붉은색의 대형 씨팬이었다.
아까의 핑크 고르고니안과는 색도 크기도 완전히 달랐다.
가지들이 촘촘하게 얽혀 하나의 거대한 그물을 이루고 있었고,
그 가지 위에는 작은 조개류들이 군데군데 붙어살고 있었다.
이런 생태 공동체가 하나의 산호 위에서
조용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블루워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배트피쉬(Batfish) 무리가 느긋하게 유영하고 있었다.
납작하고 둥근 몸체에 지느러미가 길게 늘어진 배트피쉬들이
무리를 이루어 미드워터에 떠 있는 그 장면은
언제 봐도 존재감이 크다.
강병철이 그들을 발견하고 방향을 틀었다.
배트피쉬 무리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이
블루워터 배경에 선명하게 담겼다.

오늘의 마지막 발견은 매크로였다.
리프 표면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붉은빛과 노란빛이 섞인 스펀지 위에서
작은 생물 하나를 찾아냈다.
에올리드 누디브랜치였다.
가늘고 긴 회청색 촉수들이 위로 말린 채
스펀지 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작은 불꽃 같기도 하고,
손가락들이 하늘을 향해 뻗은 것 같기도 한 형태.
배경의 색과 완전히 대비되는 그 존재감이
사진으로 담기에 완벽한 피사체였다.

 

3. 느낀점


사흘 연속으로 같은 사람과 다이빙을 하면서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었다.

날씨도, 시야도, 생물도 모두 좋았지만
무엇보다 강병철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날은 장비에 집중했고,
둘째 날은 주변을 보기 시작했고,
오늘은 자신이 보고 싶은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작은 변화가 강사 눈에는 크게 보인다.

핑크 고르고니안 앞에서 멈춰 선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멈추고,
스스로 가까이 다가가서,
스스로 바라봤다.
그게 다이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중을 읽는 법을 가르칠 수는 있어도,
수중에서 멈추는 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오늘 강병철이 그것을 찾은 것 같았다.

에올리드 누디브랜치를 발견했을 때
그 작은 생물 앞에 두 사람이 함께 멈춰 있었다.
스펀지 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몇 센티미터짜리 생물이
두 다이버를 수중에 붙잡아 두는 그 장면.
바다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잡아둔다.

오늘 같은 날이 있어서
다이빙을 계속하게 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계속 의미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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