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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다이빙 일지 포인트 포인트 설명 느낀점

by dkdiver 2026. 7. 15.

1. 다이빙 포인트


2024년 6월 3일.

방카 보트에 올랐다.
아웃리거 너머로 보이는 수면은 청록빛이었고,
멀리 작은 섬의 윤곽이 뭉게구름 아래로 선명했다.
맑고 평온한 출발이었다.

오늘 포인트는 섬 주변을 따라 발달한 리프 다이빙 포인트였다.
얕은 리프 탑에서 시작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는 구조,
중간중간 암반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크레비스가 형성된
밀도 높은 리프였다.

수중에 들어서는 순간 물고기들의 밀도가 먼저 느껴졌다.
리프 위로 크로미스 떼가 구름처럼 흘러다니고,
암반 틈 사이로 자리돔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트에서 내려다볼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물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오늘 다이빙에는 혼자 고프로를 들고 들어갔다.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그냥 이 바다를 눈에 넣고 싶었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리프를 따라 이동하면서 여러 층위의 풍경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황금 자리돔이었다.
선명한 노란색 몸체가 리프 월 앞에 멈춰 있었다.
배경의 청록빛 수중과 대비되어
그 색이 유난히 강렬하게 보였다.
작은 물고기 하나가 이렇게 색 하나로
공간 전체의 인상을 바꿔놓는다.

리프 경사면을 따라 더 내려가자
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나타났다.
대형 테이블 산호(Table Coral) 군락이었다.
넓게 펼쳐진 산호 판 위와 주변으로
분홍빛 앤시아스(Anthias)들이 수백 마리씩
살아 움직이는 구름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산호의 황갈색과 물고기들의 핑크빛,
그 뒤로 이어지는 파란 블루워터.
잠시 핀킥을 멈추고 그 앞에 떠서
그냥 그 장면을 눈에 담았다.

하지만 리프가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지는 않았다.

경사면 한 구간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발 아래로 죽은 가지산호의 잔해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한때 살아 있었을 아크로포라(Acropora) 군락이
회색 뼈대만 남긴 채 부서져 있었다.
그 사이로 황금빛 뇌산호(Brain Coral)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작은 파란 크로미스들이 잔해 위를 조심스럽게 맴돌았다.
뭔가를 잃은 것과 뭔가가 남아 있는 것이
같은 화면 안에 있었다.

리프의 다른 구간으로 이동하면 다시 살아있는 산호들이 이어졌다.
스태그혼 코랄, 연산호, 버섯 모양 산호들이 섞여
전혀 다른 색감과 질감을 만들어냈다.
암반 크레비스 안에서는 작은 어류들이
빛 한 줄기를 경계로 그늘 속에 숨어 있었다.
수중은 이렇게 같은 구역 안에서도
계속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다이빙 중반,
고프로를 몸 쪽으로 돌려 셀카를 찍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내 눈이
평소와 달리 조용한 표정이었다.
물속에 있을 때만 이런 표정이 된다.

3. 느낀점


오늘 다이빙에서 두 개의 장면이 함께 남는다.

하나는 테이블 산호 위를 흩날리는 핑크 앤시아스 무리.
하나는 죽은 가지산호 잔해가 펼쳐진 회색 구간.

두 장면이 같은 포인트 안에 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다이빙을 오래 하다 보면
리프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건강한 산호가 있던 자리에 잔해가 생기기도 하고,
죽은 줄 알았던 곳에 새 생명이 자라기도 한다.
오늘은 그 두 가지를 같은 날 나란히 봤다.

핑크 앤시아스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폐허가 된 구간 위에서도 유영했다.
그 무심함이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잔해 위에서도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는 것.
리프는 그 방식으로 계속된다.

죽은 산호 구간에서 멈춰 있던 그 시간이 길었다.
슬프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에 대해 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테이블 산호 앞에서 멈춰 섰던 그 순간이
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오래 남는다.
핑크빛 물고기들이 산호 주변을 가득 채운
그 장면 앞에서
이 바다가 아직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작은 안도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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