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2024년 6월 4일.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날이었다.
오늘은 처음부터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리프 탑에서 시작해 경사면을 따라
벽 쪽으로 이동하면 동굴과 오버행이 있는 구간이 나온다.
거기까지 내려가보고 싶었다.
튜브 스펀지가 가득한 얕은 구간을 지나
리프 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하강했다.
수온은 27.6도, 수중은 청록빛으로 열려 있었다.
동행한 다이버가 옆에서 함께 내려갔다.
목표 수심은 29미터였다.
가민 컴퓨터가 NDL 5분을 표시할 즈음
리프 벽 아래 동굴 입구에 도달했다.
이 다이빙의 진짜 목적지였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하강을 시작하면서 처음 만난 것은 리프 표면의 생물들이었다.
회색빛 튜브 스펀지들이 암반 위로 굵은 대롱처럼 솟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물결 모양 가장자리의 엽상 산호가
층층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갈색 가지 스펀지 사이에서 작은 점박이 어류가
멈춰 있다가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암반 표면 하나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층을 이루며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암반 위에서 흰 부채 모양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깃털 벌레(Feather Duster Worm)였다.
방사형으로 뻗은 수십 개의 가는 촉수들이
원형으로 펼쳐져 있었다.
수류를 향해 열려 있는 그 형태가
작은 꽃처럼, 혹은 살아 있는 레이스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일순 접혀 들어갈 것 같아
천천히, 숨을 참듯 가까이 갔다.
경사면을 계속 내려가 수심 29미터에 이르렀을 때
리프 벽 아래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손전등을 켜고 안으로 향했다.
불빛이 닿자마자 어둠 속에서 색이 터져 나왔다.
진한 주홍빛과 오렌지빛의 스펀지들이
동굴 내벽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 위로 흰 튜브 스펀지들이 불꽃처럼 솟아 있었다.
수중에서 조명 없이는 절대 볼 수 없는 색들이었다.
바깥의 청록빛 세계와 전혀 다른,
불빛에만 존재하는 세계가 거기 있었다.
동굴 벽을 따라 작은 실버사이드 물고기들이
반짝이며 움직였다.
NDL 5분을 확인하고 상승을 시작했다.
올라오는 길에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었다.
암초 위에 바다거북이 앞발을 올리고 쉬고 있었다.
어제도 거북을 만났는데 오늘 또였다.
이틀 연속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거북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반쯤 감은 채 리프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 모습이
완전히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손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거북의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은 거리였다.
안전정지를 위해 모래 바닥 위 얕은 구간으로 이동했다.
해초가 자라는 모래 바닥 위로
작은 험벅 자리돔(Humbug Damselfish) 한 마리가
산호 조각 위에서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흑백 줄무늬의 그 작은 물고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안전정지의 3분 동안 조용한 풍경이 되어줬다.
3. 느낀점
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동굴 안에서 손전등을 켰을 때의 그 순간이다.
어둠 속에서 불빛 하나가 닿자
주홍빛과 오렌지빛 스펀지들이 한꺼번에 살아났다.
동굴 바깥의 수중은 청록빛이었는데
그 안은 완전히 다른 색의 세계였다.
자연광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생물들은
색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불빛이 있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꽤 많다.
그것이 오늘의 가장 단순하고 강한 감각이었다.
가민 컴퓨터가 NDL 5분을 표시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상승을 결정할 수 있었다.
오래 다이빙을 하면서 생긴 것 중 하나가
숫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5분은 충분했다.
이미 볼 것을 봤고, 느낄 것을 느꼈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바다에서 거북을 만났다.
어제는 블루워터에서 함께 유영했고,
오늘은 잠든 거북 옆에 멈춰 섰다.
같은 동물이었는지 다른 동물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구역에 거북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리프가 거북에게 쉬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 바다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도 혼자서, 혹은 조용히 둘이서
이 바다를 봤다.
다이빙을 오래 하면 설명하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