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2024년 6월 7일.
보트에 오르자마자 하늘이 달랐다.
사흘 동안 맑고 청명했던 하늘이
오늘은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수면의 색이 어두웠다.
회색빛 하늘이 수면에 그대로 내려앉아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
경계가 흐릿한 날이었다.
이런 날 다이빙을 해본 사람은 안다.
물속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위에서 내려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
수중은 더 조용해진다.
색이 가라앉고, 윤곽이 부드러워지고,
모든 것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
오늘 포인트는 모래 바닥 위로 암초가 산개한 구조였다.
리프 경사면과 봄미가 혼재한 지형이었고
중간중간 넓은 모래 구간이 있었다.
2. 다이빙 포인트 설명
입수하면서 먼저 느낀 것은 빛이었다.
맑은 날에는 수면 가까이에서도
햇빛이 물결을 따라 리프 위로 쏟아진다.
오늘은 그게 없었다.
수중은 균일하게 어두운 채로 시작됐다.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햇빛이 없는 수중은 그 자체의 색을 드러낸다.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파란색.
다이브 초반, 동행 다이버가 SMB(수면표시부이)를 전개했다.
빨간 튜브가 릴에서 풀리며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아래에서는 동작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SMB 전개는 기술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하다.
흐린 날, 시야가 제한되는 환경에서
수면 위 보트에 위치를 알리는 그 절차가
오늘 같은 날에 더 빛을 발한다.
리프를 따라 이동하면서 크로미스 떼를 만났다.
노란빛과 초록빛이 섞인 어류들이
블루워터를 배경으로 수십 마리씩 떠 있었다.
흐린 날의 파란 수중에서
그 노란빛이 유독 잘 보였다.
빛이 적을수록 색 대비가 오히려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모래 바닥 구간을 이동하면서
뇌산호가 자리 잡은 작은 암초들을 지났다.
일부 표면에는 조류가 자라 있었고
전체적인 리프 상태는 며칠 전과 달리
조금 더 조용하고 덜 화려했다.
이 포인트는 그런 포인트다.
드라마틱한 생물이나 지형보다
바닥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천천히 자신을 보여주는 곳.
다이빙의 마지막에서 봄미 하나를 멈춰 바라봤다.
크림빛의 말미잘이 촉수를 활짝 펼치고 있었고
그 안쪽에 클라운피쉬(Clownfish) 한 마리가 있었다.
주황빛 몸에 흰 줄 세 개,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그 물고기가
말미잘 촉수 사이를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봄미 옆에는 깃털 벌레(Feather Duster Worm)도
하얀 부채를 펼친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흐린 하루의 끝에
이 작은 봄미 위에 조용한 세계가 있었다.
3. 느낀점
흐린 날 다이빙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은 맑은 날을 원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블루워터, 선명한 산호 색깔,
사진이 잘 나오는 조건.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런데 흐린 날 수중에만 있는 것이 있다.
조용함.
빛이 줄어들면 수중이 조용해진다.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색도, 소리도
한 박자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
다이버도 덩달아 느려진다.
서두르지 않고, 빛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이 어두운 수중 안에서 보이는 것들을 본다.
클라운피쉬와 말미잘을 오래 바라봤다.
말미잘 촉수 안에서 클라운피쉬가
나왔다가 들어갔다가를 반복하는 그 움직임.
그 작은 공생 관계가 수십 년째 저기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
내가 보든 보지 않든 매일 저 봄미 위에서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
SMB를 전개하는 장면도 오래 남는다.
빨간 튜브가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그 동작은
기술이기도 하지만 태도이기도 하다.
흐린 날, 시야가 좁아지는 환경에서도
절차를 지키고 신호를 보내는 것.
다이빙에서 안전은 맑은 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 같은 날에 더 필요하다.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의 바다를 봤다.
그것으로 충분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