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시험 일정 브리핑
드디어 강사 시험 첫날이 밝았다.
몇 달에 걸쳐 준비해 온 시간들이 오늘 이 하루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실감했다. 설레는 마음보다 긴장감이 조금 더 컸지만,
준비한 것을 믿기로 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함께 응시하는 다른 응시자들이 이미 와 있었다.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눴지만 각자의 긴장감이 느껴졌고,
그 분위기가 오히려 오늘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주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 IE(Instructor Examiner)가 오늘과 내일 이틀간의
전체 시험 일정을 브리핑했다. 오늘 하루 안에 소화해야 하는 내용은
이론 시험 5개 과목, 기준과 절차 시험, RDP 시험,
그리고 지식 개발 발표까지였다. 내일은 제한수역과 개방수역 실기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도 함께 안내받았다.
IE는 시험의 평가 기준과 각 항목의 합격 기준 점수를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이론 시험은 각 과목별로 75% 이상의 정답률을 맞아야 하며,
한 과목이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재시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지식 개발 발표는 정해진 루브릭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는 것도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했다.
브리핑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한 것을 차분하게 꺼내 놓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파트를 향해 마음을 고쳐잡았다.
2. 5개 이론, 기준과 절차, RDP 재시험
브리핑이 끝나고 곧바로 이론 시험이 시작됐다.
다이빙 물리학, 다이빙 생리학, 다이빙 장비학, 감압이론과 RDP,
기술과 환경, 그리고 기준과 절차까지 총 6개의 시험지가 차례로 주어졌다.
물리학 시험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풀었다.
보일의 법칙, 압력 계산, 빛과 소리의 수중 특성 등
반복해서 준비해 온 내용들이 손에 잘 익어 있었고,
문제를 읽으며 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생리학과 장비학 시험도 흐름을 이어가며 풀어나갔다.
헷갈릴 수 있는 부상의 종류와 처치법을 원인-결과 흐름으로
정리해 온 것이 실제 문제에서 빛을 발했고,
장비학에서는 레귤레이터 구조와 각 장비의 관리 기준에 관한
문제들을 비교적 자신 있게 답했다.
기준과 절차 시험에서는 학생-강사 비율, 수심 기준,
과정별 최소 다이브 횟수 등 구체적인 수치들이 주요하게 출제됐다.
막바지 준비 때 이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해 둔 것이 도움이 됐다.
문제는 RDP 시험이었다.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시간 압박 속에서
테이블을 읽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RDP 시험은
합격 기준에 미달해 재시험을 받아야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토록 반복해서 연습했는데 정작 시험장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재시험 기회가 주어졌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했다.
잠깐 눈을 감고 지금까지 연습해 온 RDP 테이블 풀이 순서를
머릿속으로 천천히 되짚었다. 그리고 재시험 문제를 받아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씩 천천히, 정확하게 풀어나갔다.
재시험 결과는 합격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흔들린 마음을 스스로 다잡고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오늘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강사에게 필요한 것은 실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걸, 오늘 몸으로 배웠다.
3. 지식 개발 발표
RDP 재시험을 마친 후 잠깐의 휴식을 갖고 지식 개발 발표에 임했다.
이론 시험의 긴장감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발표장에 들어서는 순간 스위치를 전환하듯 마음을 고쳐잡았다.
지식 개발 발표는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파트 중 하나였고, 그 자신감을 믿기로 했다.
발표 주제를 안내받은 뒤 잠깐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 동안 도입부, 본론의 세 가지 핵심 포인트, 마무리 흐름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정리했다. 판서 내용과 순서도 간단히 메모하며
발표의 전체 구조를 한 번 더 다졌다.
발표가 시작되자 준비한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도입부에서 교육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판서를 하면서도 평가자와 눈을 맞추는 것을 잊지 않았고,
핵심 내용마다 실제 다이빙 상황과 연결된 예시를 붙여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발표 중 평가자에게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한 가지 들어왔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며 침착하게 답변했고, 답변 후 다시 발표 흐름으로
돌아오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RDP 재시험 때 흔들린 이후
다시 마음을 다잡은 경험이 이 순간에도 도움이 됐다고 느꼈다.
발표를 마치고 나오며 오늘 하루를 돌아봤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지만, 결국 모든 파트를 마쳤다.
이론 시험, 재시험, 지식 개발 발표까지 긴 하루였지만
그 과정에서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한 것이
내일 실기 시험을 앞두고 오히려 단단한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첫날 시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