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다이빙이 나를 바꿨다고 말하면
어떻게 바꿨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거창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 같지만
사실 크고 명확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알아채지 못하는 속도로 바뀐 것들이 있었다.
오늘 이야기하는 포인트는 특별한 곳이 아니다.
그냥 자주 가는 리프 포인트였다.
그날도 특별한 계획이 없는 다이빙이었다.
그런 날 수중에서 산호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전에 이걸 이렇게 오래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한 자리에 멈춰서 한 가지를 이렇게 오래 보는 것이
전에는 없던 일이라는 것.
다이빙이 그 능력을 만들었다.
아니면 발견하게 했거나.
2. 바뀐 것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속도였다.
다이빙을 하기 전 나는 빠른 편이었다.
무엇이든 빨리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익숙했다.
기다리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어딘가에 머무는 것보다 이동하는 것이 편했다.
수중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빠르게 이동하면 공기가 빨리 없어진다.
서두르면 부력이 흔들린다.
수중에서 효율적인 속도는 지상에서의 개념과 다르다.
느리게 이동할수록 더 많이 보인다.
그 원리를 몸으로 배우면서
지상에서의 속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냥 바뀌어 있었다.
두 번째는 반응이다.
다이빙은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환경이다.
예상하지 못한 조류, 갑자기 나타나는 생물, 변하는 시야.
그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되 패닉 없이 대처하는 훈련이
수중에서 수백 번 반복된다.
그 훈련이 수면 위로도 올라왔다.
당황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상황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반응하는 순서가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3. 느낀점
다이빙이 나를 바꿨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바다를 보면서 인생관이 달라졌다는 식의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작고 일상적인 변화들이다.
멈출 수 있게 됐다.
기다릴 수 있게 됐다.
한 가지를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당황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 변화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다이빙에서 반복적으로 훈련된 것들이었다.
수중에서 몸으로 배운 것들이
어느 순간 수면 위 삶에도 배어 들어왔다.
다이빙을 권하는 이유가 아름다운 수중 세계 때문만이 아닌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 아래는 단지 예쁜 것들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 환경이 사람을 훈련시킨다.
의도하지 않아도.
수중이 나를 바꾼 방식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