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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디브랜치 — 수중에서 가장 작고 화려한 것들

by dkdiver 2026. 7. 28.

1. 다이빙 포인트


다이버들 사이에서 누디브랜치(Nudibranch)는 독특한 위상을 가진다.

크기는 손톱만 하거나 그보다 작다.
빠르게 이동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물이다.

그런데 이것에 빠진 다이버들은
일부러 이것만 찾아 다이빙을 한다.
카메라를 달고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찾는다.

그 이유가 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직접 가까이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렇게 작은 것이 이렇게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세부 바다에는 수십 종의 누디브랜치가 산다.
같은 포인트에서도 어떤 날은 하나도 못 보고
어떤 날은 여러 마리를 연속으로 발견한다.
찾으면 보이고 안 찾으면 지나치는 생물이다.


2. 누디브랜치는 어떤 생물인가


누디브랜치는 연체동물이다.

이름의 뜻은 '벌거벗은 아가미'.
외부로 드러난 아가미가 등 위에 나뭇가지처럼 돋아나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그 돌기들을 세라타(Cerata)라고 한다.
이것이 누디브랜치를 화려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색이 다양하다.
빨강, 파랑, 주황, 노랑, 보라, 흰색에 점박이 무늬까지.
같은 종인데 개체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천 종이 넘는 다양한 종이 전 세계 바다에 분포하며
세부에서는 수십 종이 확인된다.

왜 이렇게 화려할까.
천적에게 자신이 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색이다.
누디브랜치 중에는 먹이로 삼는 산호나 해면의 독소를 몸에 축적하는 종이 있다.
그 독성을 색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종이 많지만
낮에도 찾을 수 있다.
산호 사이, 바위 밑, 모래 위, 해면 위.
먹이가 있는 곳 근처에 있다.

마크로 렌즈가 있는 카메라로 찍으면
눈으로 볼 때보다 훨씬 선명하고 화려한 사진이 나온다.
누디브랜치 사진 하나로 수중 사진을 시작하게 된 다이버가
내 주변에 여러 명 있다.

3. 처음 누디브랜치를 찾았을 때


처음 누디브랜치를 발견한 것은 세부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경력 있는 다이버가 손으로 가리켜서 봤다.
모래 위에 있었는데 크기는 2센티미터가 채 안 됐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등 위로 주황색과 흰색의 돌기들이 뻗어 있었다.

그게 처음 누디브랜치를 제대로 본 순간이었다.
작은 것이 이렇게 정교할 수 있나 싶었다.

이후로 다이빙할 때 바닥을 천천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큰 것만 보던 시야가 작은 것도 보기 시작했다.

누디브랜치는 눈에 익으면 점점 더 잘 보인다.
처음에는 지나쳤던 것들이
어느 시점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게 수중을 보는 능력이 늘어난 증거라고 생각한다.

세부에서 다이빙을 한다면 바닥을 천천히 보길 권한다.
거북이나 상어처럼 크고 빠른 것들만 있는 게 바다가 아니다.
작고 느린 것들이 그 안에 훨씬 더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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