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처음 물에 들어간 날이 정확히 기억난다.
장소는 얕은 내만 쪽 리프였다.
수심이 깊지 않고 조류도 없는 곳.
교육 다이빙을 처음 진행하기에 조건이 좋은 포인트였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도 없었다.
그날 나는 교육생이 아니었다.
이미 다이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수중에 들어가는 것이 여전히 낯설었다.
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수면에서 레귤레이터를 물고 숨 쉬는 것도
지금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보트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뒤로 넘어지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연습했다.
그냥 뒤로 쓰러지면 된다.
몸에 부력이 있으니까 가라앉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따르지 않았다.
신호를 받고 뒤로 넘어졌다.
귀를 감싸는 물소리와 함께 수중으로 들어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2. 처음 느낀 수중
수중에 들어간 첫 순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소리가 달라졌다.
수면 위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레귤레이터에서 나오는 숨소리만 남았다.
들이마시면 공기가 들어오고, 내쉬면 버블이 올라갔다.
그 단순한 반복 안에서 처음으로 수중의 고요함을 느꼈다.
시야가 열리면서 물속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세계였다.
모래 바닥 위로 빛이 물결처럼 흘러다니고
그 위로 작은 물고기들이 구름처럼 떠 있었다.
보트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처음에는 부력 조절이 되지 않아
바닥으로 가라앉거나 수면 쪽으로 올라가길 반복했다.
그 어색함 속에서도
주변의 물고기들이 내가 거기 있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
산호가 그냥 거기 있다는 것,
이 세계가 나를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내가 들어와 있다는 것.
그 감각이 처음이었다.
얕은 곳이었지만 그날의 수중은 충분히 깊었다.
세상 하나가 물 아래에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3. 느낀점
그 첫 다이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면이 아니라 감각이다.
레귤레이터를 통해 숨을 들이마셨을 때
공기가 들어오는 그 느낌.
이걸로 숨이 쉬어지는구나, 라는 단순한 확인.
그 순간이 수중이라는 세계를 신뢰하기 시작한 첫 번째 지점이었다.
강사가 된 지금 처음 교육생을 데리고 물에 들어갈 때마다
그날의 내 얼굴을 생각한다.
장비 무게에 익숙하지 않아 뻣뻣했던 어깨,
레귤레이터를 놓칠까봐 이로 꽉 물고 있던 입,
수면에서 눈만 내놓고 수중을 내려다보던 그 시선.
지금 내 앞의 교육생도 똑같다.
처음 물에 들어가는 사람의 얼굴은 언제나 같다.
설레는 것 같기도 하고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이 선택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거기 있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내가 처음 물에 들어갔던 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한다.
들어가봐야 안다고.
그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