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장 힘들었던 교육생

by dkdiver 2026. 7. 26.

1. 다이빙 포인트


강사를 오래 하다 보면 잊히지 않는 교육생이 몇 명 있다.

잘 가르쳤다고 기억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내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기억이 남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어느 쪽도 아닌, 그냥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오늘 이야기하는 사람은 세 번째 종류다.

포인트는 조건이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시야도 좋고, 수심도 적당했다.
교육하기에 무리 없는 환경이었다.
문제는 포인트가 아니었다.

그 교육생은 물이 무서운 사람이었다.
수영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다이빙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이빙을 하고 싶은데, 물이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 두 가지가 같은 사람 안에 있었다.


2. 그 교육생


수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부터 시간이 걸렸다.

마스크를 얼굴에 대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
실제로 막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스크 안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수면에서 레귤레이터를 물고 얼굴을 물 아래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굳어졌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천천히 호흡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수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 하루 있었다.
수면 바로 아래까지 내려가다가 올라왔다.
괜찮다고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그다음 날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리프 위를 유영하는 데 성공했다.
짧은 시간이었다.
깊지 않은 수심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게 전부였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그 사람이 울었다.
무서워서 우는 게 아니었다.
됐다는 것 때문에 우는 것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3. 느낀점


강사로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 어떤 것이냐고 물으면
기술적으로 복잡한 상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가장 어려운 것은
교육생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다.
반복하면 된다.
틀린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해보고, 또 해보고.
그 과정은 명확하다.

두려움은 다르다.
두려움은 반복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리하면 더 깊어진다.
강사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제일 어렵다.

그 교육생이 물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내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기다렸을 뿐이다.

강사의 역할이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 교육생이 가장 분명하게 가르쳐줬다.
가끔은 그냥 옆에 있는 것이 전부인 때가 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