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강사도 무섭다.
이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강사가 무섭다고 하면 교육생이 더 무서워할 것 같아서.
하지만 사실이다.
다이빙을 오래 해도, 수백 번 들어가도
특정 상황에서는 두려운 감각이 온다.
그날의 포인트는 리프 월이 발달한 보트 다이빙 포인트였다.
조류가 있는 날이었다.
입수 전 조류 방향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웠다.
조건이 나쁘지는 않았다.
경험이 있는 다이버들과 함께였고
장비도 문제없었다.
그런데 입수하고 하강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조류가 왔다.
방향이 달랐다.
리프 월 쪽이 아니라 블루워터 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발 아래에 바닥이 없는 방향으로.
2. 그 순간
조류에 밀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핀킥을 강하게 했다.
리프 방향으로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조류가 더 강했다.
리프가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감각은 지금도 기억난다.
발 아래로 끝없이 열린 블루워터.
아무것도 없는 파란 공간.
리프가 점점 시야에서 작아지는 것.
두려움은 그 장면에서 왔다.
기술적 위험보다 감각적 공포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다는 것.
아래가 없고, 옆도 없고, 위만 있는 곳.
호흡을 점검했다.
빠르게 호흡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빠른 호흡은 공기 소모를 빠르게 하고
공황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늦췄다.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했을 때 조류가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타이밍이었다.
그 틈에 핀킥을 해서 리프 방향으로 이동했다.
버디와 합류해 계획을 바꾸고 다이빙을 마쳤다.
무사히 출수했다.
3. 느낀점
그 다이빙 이후 며칠 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리프가 멀어지는 그 감각.
발 아래 아무것도 없는 블루워터.
호흡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
그 경험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
두려움은 경험이 많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다이빙을 수백 번 해도 특정 상황에서는 두려운 감각이 온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 감각이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감각이 왔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그날 나는 호흡을 의식적으로 늦추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패닉 상태에서는 판단이 흐려지고
그 흐려진 판단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판단력을 지키는 것이다.
교육생에게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강사도 무섭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들어가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목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