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사흘 연속 같은 구역에서 다이빙을 했다.
보트가 닿는 곳도 같았고
입수 지점도 비슷했다.
처음엔 세 번 연속 같은 포인트라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다른 것을 봤다.
첫날은 리프 경사면과 산호를 따라 이동했다.
테이블 산호 위를 날아다니는 핑크 앤시아스 무리,
죽은 가지산호 잔해가 펼쳐진 구간.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이 같은 화면 안에 있었다.
둘째 날은 리프 벽을 따라 깊이 내려갔다.
29미터, 동굴, 손전등, 주홍빛 스펀지.
전날 지나온 얕은 구간이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셋째 날은 모래 바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초밭, 파란 불가사리, 드롭오프 경계.
또 다른 세계였다.
같은 좌표, 다른 방향.
그것만으로 이렇게 달라진다.
2. 방향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리프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하나의 다이빙 포인트 안에
리프 탑, 리프 경사면, 리프 월, 오버행, 동굴,
모래 바닥, 해초밭, 드롭오프,
그 모든 것이 공존한다.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지형을 만나게 된다.
첫날 리프 경사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테이블 산호 군락을 만났다.
넓게 펼쳐진 산호 판 위로
핑크빛 앤시아스들이 수백 마리씩 흩날리고 있었다.
그 화려함을 보고 나서
경사면 한 구간에서 죽은 가지산호 잔해를 만났다.
한때 살아 있었을 아크로포라 군락이
회색 뼈대만 남긴 채 부서져 있었다.
같은 리프 안에 이렇게 다른 구간이 있었다.
둘째 날 깊이 내려간 구간은
첫날 스쳐 지나온 경사면의 연장이었다.
같은 리프인데 수심이 달라지자
생물도, 분위기도, 색도 완전히 달랐다.
얕은 구간의 화려함이 없는 대신
어둠 속에 고여 있는 스펀지의 주홍빛이 있었다.
셋째 날 모래 바닥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프 쪽에서 모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시야가 열리는 느낌이 있었다.
리프의 좁고 밀도 높은 세계에서
넓고 평탄한 모래 세계로 이동하는 그 전환.
파란 불가사리가 산호 봄미 위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해초밭이 모래 위에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
3. 느낀점
사흘 동안 매일 다른 것을 봤다.
같은 좌표에서 출발한 다이빙인데
방향 하나로 이렇게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다이빙을 오래 할수록 이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놀라움이 기억난다.
같은 곳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리프는 넓다.
어떤 포인트든 한 번의 다이빙으로 다 볼 수 없다.
한 번의 다이빙은 그 리프의 한 단면을 보는 것이다.
다음 다이빙에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처음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것이 다이빙을 반복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번 봤다고 다 본 것이 아니다.
방향을 바꾸면, 수심을 바꾸면, 시간을 바꾸면
같은 포인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흘 연속이 지루하지 않냐고 물었던 자신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려줬어야 했다.
같은 바다에 세 번 들어갔다.
그리고 세 번 다른 것을 봤다.
한 번도 같은 다이빙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