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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이야기

막탄 마리곤돈 — 흐린 날 들어간 벽

by dkdiver 2026. 10. 2.

하늘이 흐렸던 날

마리곤돈으로 나가는 길. 그날은 하늘이 흐렸다.

2024년

6월이었다.

회사 계약이 끝나서 일정을 길게 잡고 세부에 가 있던 시기다.
매일 바다에 나갔고 하루에 세 번씩 들어갔다.

그날 마리곤돈으로 나가는 보트 위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 남아 있다.

하늘이 흐렸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바다는 회색에 가깝다.
방카보트의 아웃리거가 화면 한쪽에 걸려 있다.

날씨가 흐리면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수면이 어두워 보이면 물속도 어두울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빛이 적으면 사진은 확실히 덜 나온다.
다만 그게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벽을 따라갔다

리프가 끝나고 떨어지는 지점.

 

마리곤돈은 월 포인트다.

리프가 이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떨어진다.
그 경계에 서면 한쪽은 벽이고 한쪽은 파란색뿐이다.
사진에 남은 것도 대부분 그 경계다.

벽 다이빙은 방향을 잃기 어렵다.
벽을 어느 쪽 어깨에 두고 갔는지만 기억하면 돌아올 때 반대로 두면 된다.
초보자가 길 찾기를 연습하기에 좋은 지형이다.

대신 수심에 주의해야 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으니 내려가는 감각이 둔해진다.
벽에서는 게이지보다 수심계를 더 자주 봐야 한다.

벽 바깥은 파란색뿐이다.

남은 건 사진 몇 장

배트피시 두 마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에 세 번씩, 그걸 며칠 동안 했다.
다이빙이 쌓이면 하루하루가 따로 남지 않는다.
그게 아쉬워서 사진을 찍는다.

이 글에 넣은 사진은 전부 그날 것이다.
흐린 하늘, 벽, 기포, 배트피시 두 마리.
평범한 사진들이지만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세부에서 막탄 앞바다는 항상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날씨가 좀 흐려도 된다.
그런 날에도 바다는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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