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이빙 포인트
세부에서 다이빙을 오래 하다 보면
"거북 봤어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관광객들에게 거북은 특별한 것이다.
한 번 보면 여행 내내 이야기할 만한 장면.
나에게도 거북은 언제나 반갑다.
하지만 매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2024년 6월, 같은 구역에서 5일 연속으로 바다거북을 만났다.
첫날은 리프 위에서였다.
암초 위에 자리를 잡고 앞발을 올린 채 쉬고 있는 거북을 발견했을 때
그냥 그날의 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도 있었다.
그다음 날도.
사흘째 되던 날, 두 다이버 사이의 리프 위에
거북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을 때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거북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거북이 거기 살고 있었고,
우리가 매일 그 삶의 공간에 들어갔다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은 그 5일의 기록이다.
2. 다섯 번의 만남
첫 번째 거북은 리프 위에서 쉬고 있었다.
암반에 앞발을 올리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자리를 잡은 그 모습이
완전히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의 손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거북의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은 거리였다.
그 거리에서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작고 조용한 눈이 우리를 바라봤다.
피하지 않았다.
두 번째 거북은 29미터 동굴 다이빙에서 올라오는 길에 있었다.
NDL을 확인하고 상승을 시작한 직후,
암초 위에서 쉬고 있는 거북과 마주쳤다.
어제 봤던 것과 같은 자세였다.
같은 거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틀 연속이었다.
세 번째 날, 모래 바닥과 해초밭을 이동하다
리프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북을 만났다.
이번에는 두 다이버 사이의 리프 위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양쪽에서 접근했는데
거북은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그 장면에서 노란 버터플라이피쉬 한 마리가
거북 곁을 지키듯 함께 있었다.
사흘 연속이었다.
네 번째는 조금 달랐다.
흐린 날, SMB를 전개하고 리프를 따라 이동하다
깊은 암초 틈에서 거북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
잠깐이었다.
멈추지 않고 지나쳤지만
그 실루엣 하나로도 충분했다.
다섯 번째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왔다.
수백 마리의 줄무늬 메기 군집을 촬영하던 순간,
렌즈 너머 배경에 거북이 있었다.
찍고 나서야 알았다.
사진을 확인하다 배경에 거북이 담긴 것을 발견했을 때
그 묘한 기분이 지금도 남아 있다.
찾지 않았는데 거기 있었다.
3. 느낀점
5일 연속 거북을 만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운이 좋네요" 라고 한다.
맞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구역에서 매일 거북을 만난다는 것은
그 리프가 거북에게 쉬는 장소가 된다는 뜻이다.
거북이 돌아올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그 사실 자체가 이 바다의 상태를 말해준다.
거북은 리프가 건강할 때 그 리프에 산다.
먹이가 있고, 쉴 암반이 있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있을 때.
거북을 매일 만난다는 것은 그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신호다.
5번의 만남이 모두 달랐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잠든 거북, 움직이는 거북, 두 다이버 사이에 앉은 거북,
지나치는 실루엣, 그리고 배경에 담긴 거북.
같은 동물인데 만나는 방식이 매번 달랐다.
거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간 시간과 방향과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다이빙을 오래 하면서 거북을 많이 봤다.
그런데 5일 연속이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것을 찾으러 간 것이 아니었는데
매일 거기 있었다.
거북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거기 살고 있다.
우리가 매일 들어가서 그 삶의 공간을 잠깐 지나쳤을 뿐이다.
그 감각이 이 5일 동안 가장 크게 남은 것이다.
이 바다가 거북에게 집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집에 매일 잠깐 들렀다 나온 손님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