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수백 마리 메기가 공처럼 뭉치는 걸 본 날

by dkdiver 2026. 7. 22.

1. 다이빙 포인트


모래 바닥과 암초가 섞인 구역이었다.

특별히 기대한 것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
해초밭을 지나고, 피복성 스펀지가 달라붙은 암반을 따라
이동하는 평범한 루트였다.
수중은 약간의 입자가 섞인 청록빛이었고
시야가 완벽하게 맑지는 않았지만
그 탁함이 오히려 먹이가 풍부한 구역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암초와 암초 사이의 모래 구간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에는 크기가 너무 커서 지형인 줄 알았다.
바닥 가까이 낮게 떠 있는 거대한 덩어리.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하나의 공처럼 뭉쳐 있었다.
줄무늬 뱀장어 메기, 플로토수스 리네아투스(Plotosus lineatus).
이 물고기들이 군집을 이루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2. 군집 앞에 서다


플로토수스 리네아투스는 독가시를 가진 물고기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에 독샘이 있고
찔리면 상당한 통증이 온다.
그런 물고기들이 수백 마리씩 뭉쳐
바닥 가까이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
이 물고기들의 방어 전략이다.
멀리서 보면 큰 생물처럼 보이고,
그 안에서는 개체 하나하나가 서로의 몸에 섞여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수백 마리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공 모양을 유지하는 그 움직임이
하나의 거대한 단일 생물처럼 보였다.

함께 들어간 다이버가 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파란 반다나를 머리에 두르고
수중 카메라를 정면으로 겨누며
그 군집 바로 앞에서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물러서거나 거리를 두지 않았다.
그냥 앞에 서서, 찍었다.

나중에 그 사진을 확인하다가 발견한 것이 있었다.
군집 너머 바위 사이로
바다거북의 실루엣이 담겨 있었다.
메기 무리를 찍던 카메라 배경에
거북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찍는 사람도 몰랐고, 나도 몰랐다.
수중이 주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군집은 천천히 이동했다.
암초 쪽으로, 다시 모래 쪽으로.
우리는 그 이동을 따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켜봤다.
따라가는 것보다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이 군집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었다.

3. 느낀점


그 군집 앞에서의 다이버를 오래 생각한다.

독가시를 가진 물고기 수백 마리가
눈앞에 공처럼 뭉쳐 있는 그 상황에서
카메라를 내리지 않았다.
뒤로 빠지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 서서 셔터를 눌렀다.

다이빙을 가르치면서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처음 보는 것 앞에서의 반응이다.
뒤로 물러서는 사람, 얼어붙는 사람,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앞으로 들어가는 사람.
각자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진짜로 좋은 다이버는
그 어느 쪽도 아닌 경우가 많다.
멈추고, 보고, 그다음에 결정하는 사람.

군집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선 것이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플로토수스는 건드리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
그 거리를 유지한 채 셔터를 누른 것은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배경에 담긴 거북.
촬영자가 집중하고 있던 것 너머에
전혀 다른 존재가 지나가고 있었다는 것.
수중에서는 항상 그런 일이 있다.
보려는 것만 보다가
보지 않은 것을 나중에 발견하는 것.
그 사진 한 장 안에는
그가 보려 했던 것과 보지 못한 것이 함께 있었다.

다이빙이 매번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계.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