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9 가장 힘들었던 교육생 1. 다이빙 포인트강사를 오래 하다 보면 잊히지 않는 교육생이 몇 명 있다.잘 가르쳤다고 기억되는 사람이 있고그 반대로, 내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기억이 남는 사람이 있다.그리고 그 어느 쪽도 아닌, 그냥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오늘 이야기하는 사람은 세 번째 종류다.포인트는 조건이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시야도 좋고, 수심도 적당했다.교육하기에 무리 없는 환경이었다.문제는 포인트가 아니었다.그 교육생은 물이 무서운 사람이었다.수영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다이빙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다이빙을 하고 싶은데, 물이 무서운 사람이었다.그 두 가지가 같은 사람 안에 있었다.2. 그 교육생수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부터 시간이 걸렸다.마스크를 얼굴에 대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실제로 막히는 것이 아니었다.마스.. 2026. 7. 26. 가장 무서웠던 다이빙 그순간 느낀점 1. 다이빙 포인트강사도 무섭다.이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강사가 무섭다고 하면 교육생이 더 무서워할 것 같아서.하지만 사실이다.다이빙을 오래 해도, 수백 번 들어가도특정 상황에서는 두려운 감각이 온다.그날의 포인트는 리프 월이 발달한 보트 다이빙 포인트였다.조류가 있는 날이었다.입수 전 조류 방향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웠다.조건이 나쁘지는 않았다.경험이 있는 다이버들과 함께였고장비도 문제없었다.그런데 입수하고 하강하는 과정에서예상하지 못한 조류가 왔다.방향이 달랐다.리프 월 쪽이 아니라 블루워터 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발 아래에 바닥이 없는 방향으로.2. 그 순간조류에 밀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핀킥을 강하게 했다.리프 방향으로 이동하려 했다.하지만 조류가 더 강했다.리프가 천천히 멀어.. 2026. 7. 25. BCD 재킷형 vs 백플레이트 — 어떤 걸 골라야 하나 1. 다이빙 포인트BCD를 처음 살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선택이 있다.재킷형이냐, 백플레이트(BP/W)냐.장비점에 가면 두 종류가 나란히 걸려 있다.재킷형은 어깨와 옆구리를 감싸는 형태로입었을 때 조끼처럼 보인다.백플레이트는 등판과 날개(윙)가 분리된 구조로일반 다이버들에게는 낯선 형태다.교육생들이 자주 묻는다."어떤 게 좋아요?"그 질문에 정해진 답이 없다.어떤 다이빙을 할지, 어디서 주로 다이빙하는지,얼마나 자주 할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오늘 이 글에서 두 가지의 차이를실제 수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2. 재킷형과 백플레이트의 실제 차이재킷형 BCD는 입문자에게 유리하다.부력재가 어깨와 옆구리를 감싸는 구조여서수면에서 안정감이 높다.얼굴을 위로 향한 채 물에 뜨기 쉽다.조작이 직관적이고 .. 2026. 7. 25. 흐린 날 수중이 맑은 날보다 좋은 이유 1. 다이빙 포인트보트에 오르자마자 하늘이 달랐다.며칠 동안 맑고 청명했던 하늘이오늘은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바다는 잔잔했지만 수면의 색이 어두웠다.회색빛 하늘이 수면에 그대로 내려앉아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경계가 흐릿한 날이었다."오늘 날씨가 좀 그러네요."동행 다이버가 말했다.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수중에 들어가기 전에 그 말을 들으면나는 항상 속으로 생각한다.들어가봐야 안다고.이런 날 다이빙을 해본 사람은 안다.물속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위에서 내려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수중은 더 조용해진다.색이 가라앉고, 윤곽이 부드러워지고,모든 것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나는 흐린 날 다이빙을 좋아한다.이유가 있다.2. 빛이 줄어들 때 수중에서 생기는 일맑은 날 수.. 2026. 7. 24. 클라운피쉬와 말미잘 — 수십 년째 같은 자리 1. 다이빙 포인트흐린 날 다이빙의 마지막이었다.오전 내내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수중은 균일하게 어두웠고햇빛이 리프 위로 쏟아지는 맑은 날과는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그 어두운 수중 안에서 볼 것을 보고느낄 것을 느끼며 이동하다마지막에 작은 봄미 하나를 만났다.모래 바닥 위에 솟은 산호 봄미였다.크지 않았다.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크기.그런데 거기서 발이 멈췄다.봄미 위에 크림빛 말미잘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그 안쪽에 클라운피쉬(Clownfish) 한 마리가 있었다.주황빛 몸에 흰 줄 세 개,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그 물고기가말미잘 촉수 사이를 들락날락하고 있었다.그 옆에는 깃털 벌레(Feather Duster Worm)도하얀 부채를 펼친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흐린 하루의 끝에이 작은 봄미 위에 조용한 세계.. 2026. 7. 23. 죽은 산호와 살아있는 산호가 같은 화면에 있었다 1. 다이빙 포인트아름다운 리프를 기대하고 들어갔다.맑은 날이었고, 방카 보트에서 내려다본 수면은 청록빛이었다.입수하자마자 물고기들의 밀도가 먼저 느껴졌다.크로미스 떼가 구름처럼 리프 위를 흘러다니고암반 틈 사이로 자리돔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리프 경사면을 따라 이동하면서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대형 테이블 산호(Table Coral) 군락이었다.넓게 펼쳐진 산호 판 위와 주변으로핑크빛 앤시아스들이 수백 마리씩 살아 움직이는 구름처럼 흩날렸다.산호의 황갈색과 물고기들의 핑크빛,그 뒤로 이어지는 파란 블루워터.핀킥을 멈추고 그 앞에 떠서 한참 바라봤다.그리고 그 다음 구간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2. 같은 화면 안에서경사면 한 구간에서 멈췄다.발 아래로 죽은 가지산호의 잔해들이 넓게.. 2026. 7. 23. 이전 1 ··· 4 5 6 7 8 9 10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