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9 수중에서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 1. 다이빙 포인트다이빙 강사를 오래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사람은 수중에서 달라진다.정확히는, 수중에서 더 솔직해진다.지상에서 아무리 침착해 보이는 사람도처음 본 것 앞에서 반응이 나온다.뒤로 물러서거나, 얼어붙거나, 소리를 지르려다 마우스피스를 꽉 물거나.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들어가거나.그 반응이 성격이다.지상에서는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 것들이수중에서는 바로 나온다.플로토수스 군집 앞에 선 다이버를 보면서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수백 마리의 독가시 메기가 공처럼 뭉쳐 있는 그 앞에서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그 사람이 어떤 다이버인지가 보인다.2. 세 가지 반응강사를 하면서 본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첫 번째는 뒤로 물러서는 반응이다.처음 보는 생물, 예상하지 못한 크기와 움직.. 2026. 7. 22. 수백 마리 메기가 공처럼 뭉치는 걸 본 날 1. 다이빙 포인트모래 바닥과 암초가 섞인 구역이었다.특별히 기대한 것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해초밭을 지나고, 피복성 스펀지가 달라붙은 암반을 따라이동하는 평범한 루트였다.수중은 약간의 입자가 섞인 청록빛이었고시야가 완벽하게 맑지는 않았지만그 탁함이 오히려 먹이가 풍부한 구역임을 말해주고 있었다.암초와 암초 사이의 모래 구간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눈앞에 무언가가 있었다.처음에는 크기가 너무 커서 지형인 줄 알았다.바닥 가까이 낮게 떠 있는 거대한 덩어리.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이 움직이고 있었다.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하나의 공처럼 뭉쳐 있었다.줄무늬 뱀장어 메기, 플로토수스 리네아투스(Plotosus lineatus).이 물고기들이 군집을 이루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은 완전히.. 2026. 7. 22. 손전등을 켰을 때 동굴 안에서 색이 터져 나왔다 1. 다이빙 포인트29미터까지 내려가기로 한 날이었다.리프 탑에서 출발해 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하강했다.수온 27.6도, 청록빛 수중이 아래로 열려 있었다.튜브 스펀지들이 암반 위로 굵은 대롱처럼 솟아 있었고그 사이로 엽상 산호가 층층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경사면을 따라 내려갈수록 빛이 줄어들었다.얕은 구간에서는 수면의 빛이 리프 위로 쏟아지지만수심이 깊어질수록 그 빛이 옅어지고수중은 점점 균일한 파란 어둠으로 바뀐다.목표 수심에 도달했을 때리프 벽 아래에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동굴이라고 해서 깊고 긴 동굴이 아니다.리프 벽 아랫부분이 오버행을 이루며 형성된어둠이 고여 있는 구간.자연광이 닿지 않는 곳.그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손전등을 꺼내 들었다.2. 불빛이 닿은 순간손전등을 켜고 안쪽.. 2026. 7. 21. 설명하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보고 싶은 마음 1. 다이빙 포인트다이빙 강사 생활을 하다 보면설명하는 시간이 많아진다.입수 전 브리핑, 수중에서의 핸드 시그널,출수 후 디브리핑.무엇을 봤는지, 왜 그게 중요한지,어떤 생물이고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설명이 일이고, 설명이 가르치는 것이다.그런데 어느 날부터 변화가 생겼다.혼자 들어가거나 말이 필요 없는 상대와 함께 들어갈 때수중에서 아무것도 설명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온다.그냥 보고 싶다.이름을 떠올리지 않고, 생태를 설명하지 않고,그냥 거기 있는 것을 보는 것.그것이 이상한 일인지 한참 생각했다.강사가 설명을 멈춘다는 것이무언가를 잃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그런데 그 반대였다.설명을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2. 설명하지 않을 때 보이는 것다이빙을 처음 시작했을 때수중에서 보이는 모든 .. 2026. 7. 21. 바다거북을 5일 연속 만났다 1. 다이빙 포인트세부에서 다이빙을 오래 하다 보면"거북 봤어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관광객들에게 거북은 특별한 것이다.한 번 보면 여행 내내 이야기할 만한 장면.나에게도 거북은 언제나 반갑다.하지만 매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2024년 6월, 같은 구역에서 5일 연속으로 바다거북을 만났다.첫날은 리프 위에서였다.암초 위에 자리를 잡고 앞발을 올린 채 쉬고 있는 거북을 발견했을 때그냥 그날의 운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다음 날도 있었다.그다음 날도.사흘째 되던 날, 두 다이버 사이의 리프 위에거북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을 때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거북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었다.거북이 거기 살고 있었고,우리가 매일 그 삶의 공간에 들어갔다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2026. 7. 20. 드롭오프 경계선에 서는 순간 1. 다이빙 포인트리프에는 끝이 있다.모래 바닥과 산호, 봄미와 암반이 이어지다가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바닥이 없어진다.발 아래로 더 이상 리프가 없고그 자리에서 어두운 블루워터가 시작된다.드롭오프(Drop-off)다.세부의 리프는 그 경계가 뚜렷한 곳이 많다.얕은 구간과 깊은 구간의 경계가수직으로 떨어지거나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한쪽과 다른 한쪽을 나눈다.한쪽에는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모래, 산호, 물고기, 빛.다른 한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그냥 파란 어둠.그 경계선에 서는 것이다이빙에서 가장 독특한 순간 중 하나다.선 위에 있다는 감각.지상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것.2. 경계에 서면리프를 따라 이동하다 드롭오프 경계에 이르면먼저 발 아래가 달라진다.모래와 산호가 있던 바닥이 끝나고한 발 앞에 아.. 2026. 7. 20. 이전 1 ··· 5 6 7 8 9 10 11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