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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수중이 맑은 날보다 좋은 이유 1. 다이빙 포인트보트에 오르자마자 하늘이 달랐다.며칠 동안 맑고 청명했던 하늘이오늘은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바다는 잔잔했지만 수면의 색이 어두웠다.회색빛 하늘이 수면에 그대로 내려앉아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경계가 흐릿한 날이었다."오늘 날씨가 좀 그러네요."동행 다이버가 말했다.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수중에 들어가기 전에 그 말을 들으면나는 항상 속으로 생각한다.들어가봐야 안다고.이런 날 다이빙을 해본 사람은 안다.물속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위에서 내려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수중은 더 조용해진다.색이 가라앉고, 윤곽이 부드러워지고,모든 것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나는 흐린 날 다이빙을 좋아한다.이유가 있다.2. 빛이 줄어들 때 수중에서 생기는 일맑은 날 수.. 2026. 7. 24.
클라운피쉬와 말미잘 — 수십 년째 같은 자리 1. 다이빙 포인트흐린 날 다이빙의 마지막이었다.오전 내내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수중은 균일하게 어두웠고햇빛이 리프 위로 쏟아지는 맑은 날과는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그 어두운 수중 안에서 볼 것을 보고느낄 것을 느끼며 이동하다마지막에 작은 봄미 하나를 만났다.모래 바닥 위에 솟은 산호 봄미였다.크지 않았다.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크기.그런데 거기서 발이 멈췄다.봄미 위에 크림빛 말미잘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그 안쪽에 클라운피쉬(Clownfish) 한 마리가 있었다.주황빛 몸에 흰 줄 세 개,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그 물고기가말미잘 촉수 사이를 들락날락하고 있었다.그 옆에는 깃털 벌레(Feather Duster Worm)도하얀 부채를 펼친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흐린 하루의 끝에이 작은 봄미 위에 조용한 세계.. 2026. 7. 23.
죽은 산호와 살아있는 산호가 같은 화면에 있었다 1. 다이빙 포인트아름다운 리프를 기대하고 들어갔다.맑은 날이었고, 방카 보트에서 내려다본 수면은 청록빛이었다.입수하자마자 물고기들의 밀도가 먼저 느껴졌다.크로미스 떼가 구름처럼 리프 위를 흘러다니고암반 틈 사이로 자리돔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리프 경사면을 따라 이동하면서오늘 다이빙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대형 테이블 산호(Table Coral) 군락이었다.넓게 펼쳐진 산호 판 위와 주변으로핑크빛 앤시아스들이 수백 마리씩 살아 움직이는 구름처럼 흩날렸다.산호의 황갈색과 물고기들의 핑크빛,그 뒤로 이어지는 파란 블루워터.핀킥을 멈추고 그 앞에 떠서 한참 바라봤다.그리고 그 다음 구간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2. 같은 화면 안에서경사면 한 구간에서 멈췄다.발 아래로 죽은 가지산호의 잔해들이 넓게.. 2026. 7. 23.
수중에서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 1. 다이빙 포인트다이빙 강사를 오래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사람은 수중에서 달라진다.정확히는, 수중에서 더 솔직해진다.지상에서 아무리 침착해 보이는 사람도처음 본 것 앞에서 반응이 나온다.뒤로 물러서거나, 얼어붙거나, 소리를 지르려다 마우스피스를 꽉 물거나.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들어가거나.그 반응이 성격이다.지상에서는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 것들이수중에서는 바로 나온다.플로토수스 군집 앞에 선 다이버를 보면서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수백 마리의 독가시 메기가 공처럼 뭉쳐 있는 그 앞에서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그 사람이 어떤 다이버인지가 보인다.2. 세 가지 반응강사를 하면서 본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첫 번째는 뒤로 물러서는 반응이다.처음 보는 생물, 예상하지 못한 크기와 움직.. 2026. 7. 22.
수백 마리 메기가 공처럼 뭉치는 걸 본 날 1. 다이빙 포인트모래 바닥과 암초가 섞인 구역이었다.특별히 기대한 것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해초밭을 지나고, 피복성 스펀지가 달라붙은 암반을 따라이동하는 평범한 루트였다.수중은 약간의 입자가 섞인 청록빛이었고시야가 완벽하게 맑지는 않았지만그 탁함이 오히려 먹이가 풍부한 구역임을 말해주고 있었다.암초와 암초 사이의 모래 구간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눈앞에 무언가가 있었다.처음에는 크기가 너무 커서 지형인 줄 알았다.바닥 가까이 낮게 떠 있는 거대한 덩어리.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이 움직이고 있었다.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하나의 공처럼 뭉쳐 있었다.줄무늬 뱀장어 메기, 플로토수스 리네아투스(Plotosus lineatus).이 물고기들이 군집을 이루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은 완전히.. 2026. 7. 22.
손전등을 켰을 때 동굴 안에서 색이 터져 나왔다 1. 다이빙 포인트29미터까지 내려가기로 한 날이었다.리프 탑에서 출발해 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하강했다.수온 27.6도, 청록빛 수중이 아래로 열려 있었다.튜브 스펀지들이 암반 위로 굵은 대롱처럼 솟아 있었고그 사이로 엽상 산호가 층층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경사면을 따라 내려갈수록 빛이 줄어들었다.얕은 구간에서는 수면의 빛이 리프 위로 쏟아지지만수심이 깊어질수록 그 빛이 옅어지고수중은 점점 균일한 파란 어둠으로 바뀐다.목표 수심에 도달했을 때리프 벽 아래에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동굴이라고 해서 깊고 긴 동굴이 아니다.리프 벽 아랫부분이 오버행을 이루며 형성된어둠이 고여 있는 구간.자연광이 닿지 않는 곳.그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손전등을 꺼내 들었다.2. 불빛이 닿은 순간손전등을 켜고 안쪽.. 202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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